세상의 흐름이 빨라져서인지, 아니면 우리 사회의 문화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주변 모든 것이 ‘빨리빨리’를 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음식점에서 5분 이상을 기다리지 못하고, 앞차가 조금만 느리게 움직여도 클락션이 울린다. 느리면 안 되는 세상, 멈추면 뒤처지는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하다.
스포츠에서도 스피드는 중요한 가치다. 축구에서는 **손흥민**처럼 빠른 선수가 결정적인 순간에 골을 만들어낸다. 야구에서도 도루를 위해선 스피드가 필요하다. 투수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구속이 시속 150km를 넘기면 프로 구단들이 앞다투어 눈독을 들인다. 160km를 넘기면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을 보인다. 속도는 분명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이렇게 빠름이 당연해진 세상에서, 정반대의 방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선수가 있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 **유희관**이다. 그는 현역 시절에도 최고 구속이 시속 135km를 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성적은 전설이라 불릴 만하다.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통산 100승. 프로야구 역사에서 100승을 넘긴 투수가 33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평범한 기록이 아니다.
그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의 구속을 보고 비웃었을지도 모른다. “곧 사라질 선수겠구나.” 하지만 그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모두가 빠름을 외칠 때, 그는 다른 무기를 갈고닦았다. 타자를 읽는 능력, 경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감각, 그리고 원하는 곳에 공을 정확히 던지는 제구력. 그는 속도가 아닌 흐름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우리는 지금 빠른 세상에 지쳐가고 있다. 더 빨라져야 할 것 같은 압박 속에서,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살아간다. 그런 우리에게 유희관은 말없이 질문을 던진다. 정말 필요한 것은 속도일까, 아니면 나만의 무기일까.
그 질문은 그를 다시 마운드에 세운 **김성근 감독**에게서도 이어진다. 빠르지 않다는 이유로 배제하지 않고,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선수를 믿고 기용하는 선택. 그것 역시 지금의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조금 느리게 가면 어떤가. 중요한 것은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가는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흘러가도, 느리더라도 정확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 삶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빠름의 시대에, 느림은 약점이 아니라 또 하나의 전략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