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한 조직은 회의가 많은 편이다. 아마 대부분의 공공기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회의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회의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회의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결과가 남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회의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명확한 목표 없이 시작되고, 끝나고 나면 무엇을 결정했는지조차 모호하다. 때로는 회의가 문제 해결의 장이라기보다 윗사람들이 말할 무대를 마련해 놓은 자리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잦은 회의는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여러 안건이 한꺼번에 쏟아지지만 결론은 없고, 피로도만 쌓인다. 회의는 어느새 눈치 보기와 책임 떠넘기기의 장이 되기 쉽다. 그러다 보니 회의는 ‘시간 때우기’ 아니면 ‘질책하기’로 귀결되고,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인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는 빠져버린다.
성과회의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목격했다. 각 부서가 성과 향상 대책을 발표했지만, 내용은 거의 비슷했다.
“더 열심히 하겠다.” “실수를 줄이겠다.” “성과를 올리겠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구체성이 없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예를 들어 홍보 성과를 높이겠다면, 먼저 현재 성과를 보여주는 수치와 지표가 제시돼야 하고, 그 수치를 바탕으로 어떤 전략을 통해 얼마만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의에서는 이런 과정이 생략된다.
문제 발생 후 열리는 대책회의도 다르지 않다. 대책을 말해보라고 하면 모두 입을 닫는다. 결국 결론은 가장 높은 직위의 사람이 내린다.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지만, 여전히 위계가 강한 조직문화 속에서는 침묵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된다. “좋은 생각이십니다”라는 말이 최선의 대응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제 회의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부담 없이 꺼낼 수 있어야 하고, 다소 엉뚱한 의견일지라도 먼저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회의 전에는 명확한 안건과 목표가 공유돼야 하며, 회의가 끝날 때는 그 목표에 대한 결론이 남아야 한다. 제한 시간을 설정해 효율성을 높이고, 꼭 필요한 부서만 참여하는 회의로 구조를 단순화할 필요도 있다.
조직의 발전은 몇몇 사람의 말솜씨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구성원 모두가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결과로 이어지는 효율적인 회의문화가 갖춰질 때 비로소 조직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