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 조직은 어떻게 창의성을 잃는가?

by 오박사

홍보 업무를 6년간 담당한 적이 있다. 홍보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창의적 상상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특히 다른 조직과 경쟁해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한 끗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의 홍보는 늘 비슷하다. 사용하는 매체도, 문구도, 방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몇 년 전에 써먹었던 기획을 살짝 바꿔 다시 돌려쓰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모습은 홍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른 기획 업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일 것이다.


아이디어가 없어서일까? 그렇지는 않다. 문제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에 있다. 아이디어가 하나 나오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주변 동료와 결재권자다. “이게 먹히겠어?”

“너무 허황된 거 같은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새로운 시도보다 안전을 더 선호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논의는 자연스럽게 ‘그냥 하던 대로 하자’는 결론으로 흐른다. 결과 역시 늘 비슷하다. 큰 실패는 없지만, 큰 성과도 없는 고만고만한 결과다.

그러다 어느 날 경쟁 상대가 비슷한 기획물을 내놓는데, 그것이 크게 터진다. 그제야 상사는 말한다. “왜 너는 저런 걸 못 하냐?”


아이러니한 순간이다. 정작 그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장 먼저 걷어찼던 사람이, 이제 와 담당자를 질책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담당자는 그때 깨닫는다. 아이디어가 부족했던 게 아니라, 시도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그 이후로 그는 더 이상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지 않는다. 괜히 내봤자 또 잘릴 테고, 실패의 책임은 고스란히 자신이 떠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다시 안전한 기획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개인도, 조직도 조금씩 정체되어 간다.


그런데 지금 세상은 어떤가. 오히려 엉뚱해 보이고 터무니없어 보이던 것들이 인기를 얻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이게 되겠어?”라며 안전한 선택만을 고집한다. 아이디어는 가두지 않을 때 비로소 폭발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그렇게 수많은 좋은 아이디어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진다.


물론 모든 시도가 성공할 필요는 없다. 신제품처럼 실패의 리스크가 큰 경우도 있지만,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시도라면 안 되면 그만이다. 실패 속에서도 배울 점은 남는다. 그리고 그 배움이 다음 아이디어의 씨앗이 된다.


누군가 아이디어를 낸다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그 조직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신호다. 그러니 아이디어를 낸 사람을 부담으로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시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준다면, 언젠가는 세상을 놀라게 할 결과물이 나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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