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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40자에서 시작된 변화

by 오박사

홍보 워크숍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다. 막상 계정은 만들었지만 뭐가 뭔지 하나도 몰라 답답하기만 했다. ‘친구 신청은 어떻게 하지? 글은 어디서 쓰지? 댓글은 또 어떻게 다는 거야?’ 화면에 보이는 것들을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겨우 글쓰기, 남의 게시물에 하트 누르기, 리트윗까지는 익혔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댓글 기능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헤맨 끝에야 @뒤에 아이디를 붙이면 댓글처럼 대화가 이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마음에 드는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들에게 팔로우를 걸며 친구를 하나씩 늘려갔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100명을 채우지 못했다. ‘이 속도라면 1년이 지나도 1,000명을 넘기 힘들겠는데…’ 그러던 중, 친구 수를 빠르게 늘리는 편법을 알게 되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자동으로 친구를 늘리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단시간에 1,000명을 확보했다. 하지만 역시 편법은 한계가 있었다. 6,000명쯤 되자 친구 수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다.


당초 목표는 팔로워 10만 명을 만들어 트위터를 내 무기로 삼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트위터는 단순한 도구 이상의 재미가 있었다. SNS를 하기 전까지 나의 인맥은 부산과 직장 소재지인 밀양에 국한돼 있었다. 하지만 트위터는 세상이 달랐다. 전국 각지—서울, 경기, 제주, 전주—의 친구들과 연결되었고, 심지어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폰을 붙들고 있었고, 처음의 ‘목표’는 까맣게 잊은 채 트위터에 푹 빠져버렸다. 트위터 안에서는 친한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어 매일같이 놀았다. 어른들의 놀이터 같았다. 한 번은 서울에서 1박 2일 번개 모임도 가졌는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을 만나러 기차를 타고 서울까지 올라갔다는 것이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하고 겁도 없었다.


너무 트위터에 빠진 나머지, 하루종일 휴대폰만 붙들고 있다가 결국 부부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때 무슨 오기였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말했다. “트위터로 내 인생이 바뀔지도 몰라. 그리고 이걸로 특진할 수도 있어. 조금만 이해해 줘.”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기회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그해 11월쯤, 경찰청에서 각 경찰서별로 트위터 홍보 계정을 개설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다른 경찰서 홍보 담당자들에겐 날벼락 같은 일이었지만, 나에겐 절호의 기회였다. 즉시 우리 경찰서 공식 트위터 계정을 만들고, 내가 써왔던 방식대로 친구 수를 늘리기 시작했다. 경남지방경찰청에서는 매주 각 경찰서 트위터 친구 수를 공개했는데, 평균이 100명도 안 될 때, 우리 경찰서는 1,000명을 돌파했다.


그때부터 여기저기서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쏟아졌다. 물론 그들 모두가 ‘경쟁자’였기에 내가 써온 편법은 비밀로 하고, 기본적인 방법만 알려주었다. 약간 미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다들 만족해 했다. 비록 ‘트위터를 내 무기로 만들겠다’는 최초의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고, 놀랍게도 나는 SNS 활동으로 특진까지 하게 되었다.


싸움을 피하려고 “트위터로 특진할 수 있다”고 말했던 게, 진짜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트위터는 끝내 ‘무기’는 되지 못했지만, 나에게 또 다른 변화의 바람을 불러온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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