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신임이었을 때 선배들은 일을 전혀 가르쳐주지 않았다. 자신들이 작성한 수사서류, 조서들을 저장한 폴더에 비밀번호를 걸어놓고 노하우를 꽁꽁 숨겼다. 그것이 자신들의 무기라 생각한 듯하다. 아직도 그런 행동을 하는 이들이 있다. 세월의 흐름에서 그들만 멈춰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자신의 것을 감추고 혼자 사용하는 것은 결국 거기서 멈춰 설 뿐이라는 점이다. 자신의 것을 공개하고 다른 이들과 공유하면 본인은 그보다 더 알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된다. 그렇게 점점 더 발전해 나가는데 감춰둔 것만을 고수하면 결국 그것에만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가끔 내 강의자료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내 자료를 공유한다. 그것을 가지고 강의해도 상관없다고까지 말한다. 그들이 아무리 내 것을 가지고 강의하더라도 내용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능력은 나와 같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사용한 것을 또 내가 쓸 수 없기에 난 더 많은 내용을 공부해
다시 만들게 되면서 실력이 올라간다.
일도 마찬가지다. 후배들에게 내가 아는 선에서 모든 것을 전수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나도 배우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남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큰 공부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그가 질문할 내용까지 숙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베푸는 것이 나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가둔 물은 흐르지 않는다. 계속 새로운 물을 채우려면 물꼬를 터줘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소화해 낼 수 있다. 그래야 이 세상에서 도태되지 않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