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환경을 접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정서가 달라진다고 한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정상적으로 자라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확률적으로 불행한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특히 어려운 이들을 많이 만난다. 돈 문제, 가족 문제로 자살하려는 이들, 부모를 때리는 자녀와 자녀를 포기한 부모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청년들까지.
그런 이들을 보면 세상이 마치 망해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고 우리 주변의 일상도 이와 같은 착각마저 든다. 늘 아픔을 접하니 우리 맘 또한 병들어가고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은 가정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지 우리 일이기에 그런 것들을 많이 접할 뿐인 것인데 그것을 일반화시키는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소방관, 정신건강센터, 사회복지사 등 어려운 이들을 돕는 많은 이들이 이런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은 점점 피폐해져 갈 것이다. 사회가 병들어가지 않으려면 이런 일을 하는 이들의 마음 건강을 신경 써야 한다. 어두운 사회의 최전선에서 어둠에 빠진 이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마음마저 희생하는 이들을 돕지 않는다면 더 많은 어둠이 우리를 먹어치울 것이다.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내 눈에 보이는 사건들을 모두의 일처럼 받아들이는 오류에서 벗어나려 노력해야 하며 힘들 땐 힘들다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사람은 나약하다. 마음이 아픈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다. 방치했다간 나 또한 어둠에 먹히고 말 것이다.
우리 또한 힘들어하는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회는 함께일 때 제대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고통을 나 몰라라 한다면 더 이상 우린 공동체라 불릴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