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 날카로움이 지나간 자리

by 오박사

나는 한때 꽤나 날카로운 사람이었다. 마음 아픈 사람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고,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해결하려 애쓰지 않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바라봤다.


모든 것을 내 기준으로 판단했다. 내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무능하다고 여겼다. 돌이켜보면 그 시선은 타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던 내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나태해질까 두려워했고,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할 수 있다고 믿었다. 무엇이든 잘해야 한다는 강박은 결국 타인을 이해할 여유를 빼앗아 갔다. 그러다 번아웃이 찾아왔고, 아픔을 겪고 나서야 깨달았다. 사람은 의지대로만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사람은 저마다 다르다. 그리고 모두를 이해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누군가 아프다고 하면 그저 위로하면 되고, 힘들다고 하면 조용히 들어주면 된다. 그것이 그들이 실제로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내가 잘하는 것을 남이 못한다고 해서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 나 역시 누군가의 눈에는 부족한 사람일 테니까.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순간, 세상은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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