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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 외로움을 달래줄 유일한 사람들

by 오박사

술 취한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할 때는 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언제 돌발상황이 생길지 몰라서다. 신고 들어올 정도면 대부분 만취일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집이 어딘지도 모르고 자신이 누군지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한다.


길에 누워 자고 있는 그들을 깨우면 20% 정도는 미안해하며 순찰차로 귀가시켜주면 감사를 표한다. 하지만, 80%는 다짜고짜 욕설부터 시전 한다. 가끔 언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짧게는 20분 길게는 2시간까지도 어르고 달래 겨우 집에 돌려보낸다. 그럴 때면 온몸에 진이 다 빠진다.


한 번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왜 경찰을 보면 욕을 할까? 아마 경찰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유일한 사람이라서가 아닐까? 물론 욕을 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어쩌면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싶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 대부분은 가족이 없었다. 술 때문이었는지 아님 가족이 없는 외로움이 먼저인지는 몰라도 그들은 외로웠을 것이다. 주변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 외로움을 유일하게 달래줄 사람이 경찰이 아니었을까?


그들을 동정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들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대하고 싶어서이다. 그들이 원망하는 세상을 조금이나마 덜 원망스럽게 만드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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