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점점 사라져가는 것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라이터다. 얼마 전 한 강연장에서 선물로 라이터를 나눠주었는데, 한 분이 이렇게 말했다. "쓸 일도 없는데, 이걸 왜 주시죠?"
요즘 라이터는 주로 담배를 피울 때 사용하는 물건으로 인식된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겐 그저 무용지물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옆에 있던 또 다른 분이 조용히 말했다. "저는 절에서 향 피울 때 라이터가 꼭 필요해요."
그 두 사람의 반응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라이터가 필요할까?’ 솔직히 말해, 지난 1년 동안 라이터를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하지만 최근 빈번해진 지진과 폭염을 보며, “정전이 일어나면 초에 불을 붙일 무언가가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스레인지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요즘 집들 대부분은 인덕션을 쓰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라이터는 지금 당장은 필요 없어 보여도, 언젠가는 꼭 필요한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지금 사라져가는 것들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당장은 쓰지 않아도, 막상 필요할 때 곁에 없으면 불편한 존재들. 그리고 그 생각은 자연스럽게 **‘사람’**에게까지 이어졌다.
지금은 눈에 띄지 않거나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사람도 어떤 순간엔 꼭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다.
결국, 세상에 진짜로 쓸모없는 것은 없다. 그것이 물건이든, 사람이든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