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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 사랑이 식은게 아니라..

by 오박사

A와 B는 연인이다. A는 사랑이든 배려든 늘 주는 쪽이었고, B는 받는 것에 익숙해 있었다. 다툼이 생겨도 항상 A가 먼저 손을 내밀고 화해를 청하곤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관계는 몇 년 동안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은 또다시 크게 다퉜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A는 먼저 화해의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자 B는 A의 마음이 식었다며 더 크게 화를 냈다.


정말 A의 사랑이 식은 걸까? 아니다. A는 지친 것이다. 사랑이든 관계든,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A 역시 사랑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다. 하지만 B를 사랑하는 마음이 컸기에 그동안 자신이 더 잘하면 된다고, 조금 더 참으면 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저 마음이 지쳐버린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은 진짜 이유를 알지 못한 채 헤어지고 만다.


일방적인 사랑과 희생은 오래 갈 수 없다. 누구나 사랑받고, 이해받고, 존중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예전과 달라졌다고 느껴진다면, 상대의 마음을 의심하기보다 먼저 관계의 흐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랑은 변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 방식이 바뀌는 것이다. 평생을 함께한 부부들은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사랑의 형태를 그에 맞게 조율하며 살아간다.


오래 사랑하고 싶다면 변화 자체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함께 걸어가야 한다. 그리고 상대의 마음을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 사람이 더 많이 주고 있다면, 그 마음을 ‘당연한 것’이 아닌 ‘고마운 것’으로 여길 때 사랑은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사랑은 마음의 문제다. 마음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그리고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야말로, 사랑을 오래 지속하게 만드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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