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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 갑질의 진정한 속마음

by 오박사

회원권이 필요한 한 클럽에 신입 직원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어느 날, 한 회원이 회원권 없이 입장을 시도한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당연히 알아볼 것이라 믿고, 아무런 제시 없이 들어가려 한다. 이에 직원은 절차대로 회원권을 요구했고, 그는 화를 내며 “너 내가 누군지 몰라?”라는 말과 함께 따귀를 올려붙인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보던 장면 같지만, 실제로 백화점이나 고급 매장에서 자주 벌어지는 갑질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신입 직원이 그를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며, 회원권을 확인하는 것도 당연한 절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일부 사람들은 이처럼 상식을 무시하며 오히려 당당하게 행동할까?


그 이유는 '사람을 계급으로 나누는 의식'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이 상대방보다 상위에 있다고 생각하며, 규칙을 뛰어넘을 자격이 있다고 착각한다. 마치 수천 년 전 봉건 시대처럼 계급적 우월감을 품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우월감은 대개 ‘돈’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진짜 돈을 지배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더 겸손하다. 그들은 돈의 흐름과 본질을 알기에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 반면, 갑질을 일삼는 사람은 돈에 지배당하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 믿으며, 자신이 가진 지위나 재산을 자신과 동일시한다. 결국 그 우월감은 내면의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우월함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인정이 없으면 불안해지기에, 타인을 깎아내리고 억누르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안심시키려 한다. 하지만 그런 갑질은 일시적인 만족감을 줄 수는 있어도, 결국 더 깊은 허전함과 불안을 남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갑질'의 '갑(甲)'은 누군가를 괴롭히는 권력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본래 '갑'은 천간의 첫 번째 글자로, 변화와 성장을 시작하는 근원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근원의 힘을 잘못 사용하면, 그 끝은 결국 파괴와 고립이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무의식적으로 갑질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 마음속에 어떤 허기가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갑질은 내가 우월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내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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