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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SNS가 이어준 인연, 첫 무대가 된 진주

by 오박사

홍보 동료강사로 활동하면서 강의를 마친 후, 해당 내용을 개인 페이스북에 자주 올리곤 했다. 덕분에 페이스북 친구들은 내가 SNS 홍보에 대한 강의를 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그중 ‘진주논개’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녀는 진주시청의 SNS 홍보 담당자였다. 진주의 상징인 논개를 활용해 친근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려는 그녀의 시도는 인상적이었고, 같은 홍보 담당자라는 공통점 덕분에 우리는 금세 친해져 종종 댓글로 소통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서 페이스북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번에 진주시에서 SNS 홍보 서포터즈를 모집했어요. 그분들에게 SNS 홍보 강의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외부 기관으로부터 처음 받은 강의 의뢰였다. 놀랍기도 했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좋은 기회를 놓칠 새라 곧바로 제안을 수락했다.


강의까지는 약 3주의 여유가 있었다. 기존 강의자료가 있었기에 일부만 수정하면 될 듯했다. 대상은 SNS 활동이 활발한 일반 시민들이었기에, 사용법보다는 ‘홍보를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과 ‘주의할 점’ 중심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자료를 수정하면서 그들에게 강의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기대와 설렘이 밀려왔다. 경찰을 대상으로 하던 강의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설렘과 함께 실수에 대한 걱정도 따라왔다. 나 하나의 실수가 경찰 전체에 대한 오해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PPT 속 사진 하나, 단어 하나에도 신중을 기하며 자료를 다듬었다.


강의는 오후 2시, 진주의 한 대학교 강의실에서 예정되어 있었다. 나는 그날을 위해 휴가를 냈고, 오전 11시쯤 진주로 출발했다. 강의장에는 한 시간 일찍 도착했다. 막상 도착하니 ‘이게 진짜 현실이구나’라는 실감이 들었다. 담당자는 이미 와서 준비 중이었고, 아직 이른 시각이라 참석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진주논개와는 처음으로 현실에서 만나는 순간이라 반가움에 인사를 나눴다. 준비를 마친 후, 참석자들을 기다렸다.


1시 30분이 되자 한두 명씩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고 손에는 땀이 맺혔다. 떨리는 마음을 감추며,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정중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 2시 정각. 담당자가 서포터즈들에게 오늘의 강의에 대해 간단히 소개했고, 이어 나를 소개했다. 앞으로 나가 사람들을 마주보는 순간, 모두의 시선이 내게 향하자 다리가 후들거렸다. 떨림을 숨기기 위해 팔과 다리에 힘을 주고, 재치 있는 자기소개로 분위기를 풀어보았다.


서포터즈들은 눈빛부터 남달랐다.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는 열정이 느껴졌다. 그들의 진지한 태도에 자연스럽게 나도 몰입하게 되었고, 처음의 떨림은 어느새 사라졌다. 웃음을 유도하는 부분에서 반응이 좋아 자신감이 붙었고, 점점 더 적극적인 액션과 함께 강의는 활기를 띠었다. 그렇게 한 시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가고, 마지막 인사를 하려니 오히려 아쉬움이 남았다. 박수 소리와 함께 무대를 내려오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반응은 좋았고, 담당자도 “잘 모셨다”며 만족을 드러냈다. 그렇게 내 인생 첫 외부 강의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마치 배우가 첫 쇼케이스 무대를 무사히 끝낸 듯한 기분이었다.


그날의 강의는 나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SNS에 내 활동을 꾸준히 올려왔던 것이 결국 좋은 기회로 연결되었고, 강의를 통해 만난 참석자들과는 페이스북 친구가 되어 새로운 인연을 만들었다. 그 인연이 훗날 다시 이어져 내 인생 후반부의 큰 전환점을 만들어 줄 줄은 그땐 미처 몰랐다.


그날의 강의는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고, 이후 강의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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