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녀 간 관계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적극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시행되는 대책은 대부분 ‘사후 처방’에 불과하다. 오히려 잠재적 범죄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남성과 여성이 말다툼을 하다 경찰이 출동하면, 두 사람을 분리한 뒤 대부분 남성에게 강력한 경고나 처벌을 내리는 것이 현재의 방식이다.
그렇다면 이런 조치가 실제로 관계성 범죄를 줄일 수 있을까? 이는 마치 범죄를 미리 예측하고 처벌하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같은 발상이다. 사람의 감정은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예측할 수 없으며, 경찰이 돌아간 뒤 상황이 재발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만약 이후 범죄가 발생하면, 결국 또다시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는 구조만 반복될 것이다.
관계성 범죄를 진정으로 예방하려면 사법적 제재만이 아니라 사회적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범죄의 가장 큰 뿌리는 ‘부족한 자존감’에 있다. 누군가 이별을 통보했을 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면 상대의 결정을 존중하고, 새로운 인연을 찾기 위해 자신의 삶을 가꾸려 할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나를 버린 사람에게 가장 큰 복수는 내가 더 잘 살아가는 것”임을 안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상대의 이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집착하게 된다. 따라서 사회 전체가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존감 교육은 어릴 때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써먹기 힘든 수학 공식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대인관계 기술과 자존감 향상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자존감이 높아질수록 사회는 점점 더 건강하고 밝아질 것이다.
묻지마 범죄, 관계성 범죄, 학교 폭력 등은 강력한 처벌과 새로운 법 제정 같은 사후 대책만으로는 잠시 이슈를 잠재울 수 있을 뿐,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분노와 상처를 해결하지 못한다. 진정한 예방은 사람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