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강단에 섰던 진주 SNS 서포터스 대상 강의, 중앙경찰학교 강의, 경찰교육원 강의 등은 수강생들의 반응이 좋아 자신감이 붙었다. 그러나 모든 강의가 그렇게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릴 정도로 버거웠던 강의도 있었고, 실수로 시작조차 못할 뻔한 강의,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분위기를 망친 강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우여곡절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여전히 게으름 피우지 않고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강의를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마산의 한 경찰서에서 강의할 기회가 있었다. 그동안 몇 차례 경찰서 강의를 했을 땐 반응이 괜찮았기에 이번에도 큰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야간 근무 후 피곤한 얼굴로 앉아 있는 수강생들이 대부분이었고, 질문을 던져도, 손을 들어달라 해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 순간 말이 꼬이기 시작했고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 강의를 끝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뇌리를 스쳤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준비한 내용을 이어갔다. 결국 무사히 강의를 마쳤지만, 끝난 후에는 온몸이 땀에 젖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 경험을 통해 두 가지를 배웠다. 첫째, 무슨 일이 있어도 강사는 강의를 끝까지 마쳐야 한다는 것. 둘째, 청중이 반응하지 않는 것은 강사의 책임이라는 것. 그래서 어떻게 하면 흥미를 끌 수 있을지 늘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한 번은 중앙경찰학교에서 강의하던 날이었다. 유독 반응이 좋지 않았고, 졸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후배들이 눈에 띄었다. 신경이 쓰였고 결국 1교시가 끝나기도 전에 참지 못하고 말했다. “선배가 멀리서 와서 강의하는데 자세가 이래서 되겠느냐?” “이런 태도가 현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다.” 순간 강의장은 싸늘해졌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라는 자책이 밀려왔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쉬는 시간 내내 부끄러움에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 결국 마음을 고쳐먹고 2교시가 시작되자마자 후배들 앞에서 정식으로 사과했다. “화를 참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행히 진심이 전해졌는지 분위기는 달라졌고, 이후 수업은 다시 제 페이스를 찾았다. 이때 또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강의 중에 결코 화를 내서는 안 되며, 실수했을 땐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웃지 못할 실수였다. 경남의 신임 공무원 300여 명을 대상으로 강의하던 날이었다. 청중의 2/3가 여성 공무원들이었다. 강의 시작 5분쯤, 앞줄에 앉은 몇몇이 수군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당황했지만 무심코 강의를 이어가는데, 한 수강생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사님, 바지 지퍼 열렸어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고 머리가 하얘졌다. 뒤돌아서 급히 지퍼를 올리는 모습을 모두가 봤을 거라 생각하니 아찔했다. 잠시 고민했지만, 정면 돌파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지퍼를 올리지 않았네요.” 당당히 말하자 오히려 큰 웃음이 터졌고, 분위기는 훨씬 좋아졌다. 그날은 실수가 오히려 기회가 되어 강의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강의 현장은 늘 예기치 못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위기와 실수 속에서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청중의 반응이 없더라도 끝까지 마무리하는 끈기, 화를 다스리는 절제, 그리고 실수를 당당히 인정하는 용기. 그 모든 경험이 지금의 나를 강사로 서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