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나는 신임 순경들과 학습 모임을 꾸려 1년 동안 독서 토론을 이어갔다.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모임의 목적이 뚜렷하지 않아 결국 자연스레 해체되고 말았다. 아쉬움이 남았다.
4년 뒤, 다시 모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때 신임 순경 9명이 발령받아왔고, 나의 의욕도 다시금 끓어올랐다. 그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자율적으로 참여 여부를 알려달라고 했다. 다음 날, 9명 중 5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나는 지난 모임의 실패 원인을 되짚으며, 이번에는 반드시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자 했다.
첫 번째 모임이 실패했던 이유는, 그것이 ‘그들의 모임’이 아니라 ‘나의 모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구성원 모두가 주인이 되는 모임을 꿈꿨다. 주인의식을 가진다면 모임에 대한 애착도 커질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매번 모임마다 주최자를 바꾸어, 그가 다음 모임을 기획하고 이끌어가도록 했다. 혹여 부담이 될까 걱정도 되었지만, 해보고 맞지 않으면 바꾸면 된다고 생각했다.
장소도 경찰서 내부가 아닌 외부 카페나 식당으로 정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 기대했다. 첫 모임에서는 이름을 정했다. 각자 아이디어를 내고 투표를 했는데, 모두가 “우와, 좋다!”라며 몰표를 던진 이름이 있었다. 바로 ‘폴러스’. 경찰을 뜻하는 ‘폴리스(Police)’와 함께라는 의미의 ‘플러스(Plus)’를 합성한 이름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모임 이름은 ‘폴러스’로 정해졌다.
그날 이후 나는 되도록 말을 아끼며 구성원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데 집중했다. 솔직히 그들이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내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사람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누구든 잘해낼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이 보여주었다.
두 번째 모임을 맡은 친구는 ‘토론’을 준비했다. 그는 주제와 내용을 프린트물로 나눠주었고, 토론 장소로는 밀양의 천황산을 택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둘러앉아 토론하는 시간은 그야말로 특별했다. 토론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구나, 처음 느낀 순간이었다.
다음 주최자는 과제를 준비했다. 각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발표하는 방식이었는데, 사회를 맡아 발표를 능숙하게 이끌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 사람의 도전이 다른 사람을 자극했고, 모임은 점점 더 풍성해졌다. 중간에는 기존 직원 두 명도 합류했고, 강사를 초청해 강의를 듣는 시간까지 마련했다. 서로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나눌 수 있어 더없이 뜻깊었다.
그러나 결국 또다시 한계를 맞이했다. 인사 발령으로 세 명의 신임 순경이 수사과로 옮겨갔고, 일부 선배들의 시선과 압력에 눈치를 보던 몇몇은 불참을 선언했다.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것이 모임의 철칙이었기에, 나는 그들의 선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 번째 모임도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아쉬움은 컸지만, 우리는 그만큼 즐겁게 함께했고 성장의 맛을 느꼈다. 나는 왜 이런 학습 모임을 만들었을까? 혼자 성장하는 것보다 후배들과 함께 그 길을 걷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들이 아직 나와 같은 갈증을 느끼지 못해 모임을 놓았지만, 언젠가 내가 뿌린 씨앗이 그들의 마음속에서 싹을 틔우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들이 언젠가 나와 같은 마음으로, 다시금 후배들을 이끌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