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유독 많이 의식하며 살아간다. 나 역시 그랬다. 유년기와 청소년기에는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여야 했다. 사춘기에 찾아온 분노와 반항도 그 틀 안에서 억누르며 속으로 삼켜야 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공부 잘하는 선배’라는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었다. 한 번 구축된 이미지는 나를 통제하는 또 다른 규칙이 되어, 수업을 빠지고 싶어도 스스로에게 엄청난 압박을 가했다. 직장에서는 선배에게 잘하고, 누구에게나 ‘예스’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거절을 못해 생긴 상처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성인이 되기까지 타인의 시선에 맞추어 살아오다 보니, 점점 진짜 나를 잃어갔다. 가끔 본 모습이 진짜 나인지조차 혼란스러웠다. 나는 나를 ‘착한 아이’라는 하나의 상징으로 단단히 고정해 두었고, 그 사이에서 또 다른 나의 모습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보니 타인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많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나를 시선이라는 틀 안에 가두고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깨달은 순간, 나는 나를 좋아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입고 싶은 옷을 입고,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배우자 몸을 조이던 사슬이 풀리는 듯한 해방감이 찾아왔다. 그렇다고 멋대로 살아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내가 스스로에게 씌워놓은 족쇄를 벗겨냈을 뿐이다. 그 작은 변화만으로도 전보다 훨씬 자유롭고 행복해졌다.
만약 지금도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면 잠시 멈춰 생각해보자. 그 시선이 정말 타인의 것인지, 아니면 내가 스스로 만든 것인지. 그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비로소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