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나는 책을 좋아하는 척했다.

by 오박사

나는 책을 좋아한다. 아니 '좋아한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왜 '좋아한다'가 아니고 '생각한다'라고 표현했는지 궁금할 것이다.


나는 보통 1년에 100여 권의 책을 읽는다. 2021년도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을 시간이 많아서인지 150여 권의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이 정도면 책을 좋아한다고 해도 무난할 거라 본다. 하지만, 최근 한 가지 질문을 접하고 나서 나는 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좋아하는 척했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질문은 바로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이고, 좋아하는 책은 어떤 책인지?"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좋아하는 작가가 쉽게 떠오르지 않았고 좋아하는 책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떠오르는 사람은 '이지성 작가'와 '김정운 작가'였다. 그들이 쓴 책은 거의 다 읽었기 때문이다. 나의 입맛에 딱 맞아서 쉽게 읽힌 책들이었으며 그 당시에는 '아하'하며 고개를 많이 끄덕였던 책들이다. 그런데 내용을 떠올리려 해 봐도 책 제목과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의 독서는 늘 그렇다. 책을 읽을 당시에는 '아하'하며 감탄을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잊는다. 내가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나 그 책 읽어봤는데"라고 답해놓고 어땠냐는 물음을 받으면 참 난감했던 적이 많다.


책에 대한 기억이 나지 않는 이유는 빨리, 그리고 많이 읽는 것에 치중해서 일 것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말에 많이 읽으면 그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책 읽는 남자'라는 이미지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요 근래 읽었던 몇 권의 책들 때문이다. 책에 대한 내용에 질문을 던지고, 사유하는 것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작금의 나에게 딱 필요한 책들이었다. 웃기게도 정말로 책 속에서 길을 찾기는 찾은 것 같았다. 그 길이 어디로 향할진 모르지만. 속도도 좀 늦춰보고 작가의 생각도 들여다보고 나의 생각도 나눠보고 싶어졌다. 읽을 책도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골라봐야겠다.


다음 글을 쓸 때는 '나는 책을 좋아한다'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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