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불사의 삶을 산다면..

by 오박사

‘도깨비’, ‘불가살’의 공통점은 불사의 생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다. 몇 백 년이란 시간의 삶의 흔적을 드라마 한, 두 회에서 다 보여줘야 한다. 드라마를 보는 우리는 불사의 삶이 그저 유흥거리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그 삶을 연기하는 이들은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경험, 연륜, 고뇌, 권태를 표정에 모두 담아야하기 때문이다. 너무 가벼워 보여서도 안 되고 또 너무 무거워 보여서도 되지 않는 모든 것을 초월한 삶을 말이다. 사랑하는 이들을 몇 번이나 떠나보내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삶. 두 드라마의 주인공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그 표정 속에는 권태로움이 보인다. 삶이 더 이상 삶이 아닌 듯하고 죽고 싶은데 죽지 못하는, 먹는 것도 지겨울 것이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불사를 꿈꿔본다. 나도 한때는 그랬었다. 그냥 죽기 싫고 오래 살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많은 것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견딜 자신이 없다. 또 그들의 아픔을 견딜 자신이 없다. 생이 길어진다면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지금 하고 있는 모든 노력들도 하지 않을 것 같다. 다 부질없이 느껴질 것 같고 모든 것이 다 지겨워 질 것 같다.

생은 유한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길게 느껴질 수도 있고 짧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도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인생의 마침표를 제대로 찍기 위해 잘 살려고 노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내 주변의 모든 것이 소중하다. 유한한 삶에 대해 생각하니 갑자기 주변 모든 사물이 달리 보인다. 나와 오래 함께한 물건들도 있고 이미 내 곁을 떠난 것도 있고 앞으로 내 곁을 떠날 것도 있다. 이런 물건들조차 소중하게 느껴진다. 삶에 끝이 있다는 것은 두렵지만 이래서 더 소중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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