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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Oct 18. 2023

34. 중앙경찰학교 강의를 꿈꾸다

페이스북을 보던 중 한 게시물에 눈이 갔다. 친분있는 경찰관이 올린 것이었다. 사진 한장과 글이 있었는데 특히 사진에 흥미가 생겼다. 사진 속엔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바로 중앙 경찰학교 입구에 새겨진 문장이다. 졸업한지 10년이 지났는데도 그 문구는 여전히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무슨 내용인가 싶어 천천히 읽어봤더니 그가 중앙 경찰학교에서 강의 했다고 적혀 있었다. 군대도 제대하면 근무했던 곳을 한번쯤 방문할 법 한데 이상하게 가지지 않는다.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추억 삼아 가볼 만한데 갈 일이 없다. 굳이 찾아서 가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강의로 갈 수 있단 글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혹시 나도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랬다. 그리곤 그가 부러웠다.       


그날 이후 마음은 벌써 중앙경찰학교로 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어 우선 다녀온 그에게 전화했다. "00아 너 강의 어떻게 다녀왔냐?", "어 형, 중앙경찰학교에 00형이 교수로 있거든 그 형이 날 초빙해서 갔다왔어." 그 교수라는 사람은 나도 아는 사람이었다. 그도 페이스북으로 알게 되었고 나와 나이가 같아 친구가 되기로 했던 사람이다. 돌파구가 생긴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 성격이 급한지라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그 친구에게 전화했다. 간단한 안부를 주고 받은 후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그도 내가 강의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말을 꺼내는 것은 쉬웠다. "00아 나 중앙경찰학교에서 강의 한 번 해보고 싶은데 혹시 초빙해 줄 수 있을까?" 보통 이런 질문을 받으면 곤란해하는데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교무과에 이야기 해 볼게"라고 쿨하게 답했다. 고마웠다. 아무런 고민없이 답한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신뢰한다는 의미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전화를 끊고 나서 갑자기 찾아온 행운에 멍해졌다. '꿈은 이루어진다.' 이 말이 떠올라 피식 웃었다.     

   

하루 하루 중앙경찰학교에서의 연락을 기다렸다. 벨소리가 들릴때마다 움찔해서 액정을 들여다봤지만, 원하던 번호가 아니어서 실망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지역 번호가 043으로 시작하는 전화번호다. 중앙경찰학교가 충북 충주에 있었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설레면서도 참 힘든 일이었다. 하루를 기대로 시작해서 실망으로 마무리하는 날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기만 한건 아니다. 언제 갈지 모르지만 후배들을 위한 강의 자료를 다듬었다. 좋은 피드백을 받아 다시 초청받기 위한 노림수도 있었다. 나를 추천해준 그 친구에게도 민폐가 되긴 싫어 더 열심히 만들었다. 이왕이면 "그 사람 괜찮던데요"라는 말을 듣게 하고 싶었다. 며칠이 지나도 기다리던 연락은 오지 않았다. '뭐지? 내가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라 불러주지 않는건가?' 궁금했다. 기다리다 지쳐 다시 그 친구에게 전화했다. "아! 미안 너무 바빠서 말해준다는 게 깜빡했어. 이번엔 꼭 이야기 해놓을게." 순간 욱했지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친구 아니면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다시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하루, 이틀, 삼일 시간은 흘러갔지만, 여전히 전화는 오지 않았다. 부탁하는 입장에서 다시 연락하려니 그건 아닌거 같아 포기해야 겠구나 싶었다. 기다림에 지쳐 포기하려고 하던 때 벨이 울렸다. 아무 생각없이 액정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그토록 기다리던 043이 찍혀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조심스레 받았다. 혹시나 끊길까 싶어 조마조마했다. 예상대로 중앙경찰학교였다. 강의를 의뢰하려고 걸려온 거다. 그런데 담당자 목소리가 그닥 반갑게 느껴지진 않았다. 아마 그도 나라는 강사를 추천받긴 했지만,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놈이기에 실력이 의심스러웠을 것이다. 그 맘 충분히 이해되었다. 담당자 입장에선 상사의 결재까지 받아야 하는데, 과장님이 물으면 대답하기도 힘들었으리라. 또한 강의 평가가 좋지 않으면 본인이 그 책임까지 져야하니 불안했을 것이다.    

   

그가 강사 소개서를 보내라고 했다. 프로필 만으로도 그가 어떤 강사인지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의 실적을 상세히 적었다. 홍보 강의 0회, 사이버 컨텐츠 강의 촬영, 경찰 인재개발원 외래강사 등 나를 알릴 수 있는 것은 모두 적었다. 믿음을 주고 싶었다. 프로필을 보고 나서 다시 연락이 와서 강의 날짜를 알려줬다. 스마트폰 달력에 강의 날짜를 표시하니 또 하나의 도전을 이루어 가는구나 싶어 짜릿한 희열이 느껴졌다. 도전은 언제나 즐겁다. 그것이 안좋은 결과를 낳는다해도 그 과정이 행복하다. 빨리 후배들을 만나고 싶었다. 내가 걸어갔던 그 길을 다시 걸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지도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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