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가장 좋은 교육은 아마도 부모님이지 않을까. 아버지의 교육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고 어머니의 교육은 다정한 말과 지지, 응원, 포옹, 무한한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그중 아버지는 내게 어떤 잔소리 없이 행동으로 교육을 해주신 분이다. 때가 되면 일을 나갔고, 집에 돌아오면 꾸준히 식물들에게 물을 줬고 사람들에게 줄 먹거리와 사람 챙기는 일을 한결 같이 했다.
그런 아버지는 내가 사람들에게 어떤 위치의 작가인지, 무명인지 유명인지. 몇 권을 팔았는지, 사람들이 호응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 모르신다. 다만 아버지는 내가 그동안 직장을 다니며 꾸준히 글을 써서 3권의 책을 냈다는 것. 정도만 가늠하실 뿐이다.
지난 주 일요일, 지방에 사시는 부모님 댁에 들러 함께 산책을 나갔다가 이런 말씀을 드렸다.
"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어요." 투박하게 내뱉은 말에 당황한 탓인지 한참을 말이 없다가는 "그럼 묵묵히 써야지. 더 꾸준하게. 한 번에 베스트셀러가 되겠니."라고 말씀하셨다.
근데 저 3권 째인데요...저 매일 새벽마다 글을 쓰고 있어요 아버지...회사 일이랑 합치면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12시간이 넘어요. 라고 말하려다가 입을 꽉 다물고는 그냥 아버지가 내게 보여준 삶의 교육들을 되짚어 보았다.
한 직장에서 20년 이상 꾸준히 성실하게 일을 했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가족들을 위해 자신을 버리지 않고 한 세월을 묵묵하게 달려오셨다.
그렇다고 엄청난 부를 거머쥔 것도 아니며 자산가도 된 것도 아니며 어쩌면 예전보다 못한 삶을 살고 계실지도 모른다. 그는 그냥 자신의 삶을 믿고 꾸준히 걸어왔을 뿐 어느 부모처럼 투자를 해서, 혹은 유산을 물려받아서, 자신이 이루고 싶었던 꿈을 이룬 것도 아니었으므로 실망할 법도 한데 여전히 노동을 하시며 묵묵히 살아가고 계셨다.
어쩌면 아버지의 삶에 내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는 정답이 있는지도 몰랐다.
묵묵하게 그냥 한평생 성실하게 살아오시듯, 묵묵하게 한평생 글을 쓰는 것. 그리고 꾸준히 책을 내는 것.
그러다 보면 진정 많은 사람들에게 내 책이 읽히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
혹은 죽을 때까지 무명으로 남고 꿈은 꿈으로 끝나버리는 채 삶을 마감할 수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묵묵하게 최선을 다했는데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이건 체념이 아니다. 시간이 되는 한 베스트셀러가 될 때까지 지금보다 더 노력하겠다는 다짐이다.
어떤 선택이든 지금의 내 방향성은 그저 묵묵하게 쓰는 일밖에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요행을 바라지 않고 계속해서 엉덩이를 붙이고 쓰는 것. 더 많이 공감하고 더 많이 관찰하면서 좋은 글을 쓰는 것 밖에는.
오늘 <사랑령> 교보 순위는 900위 권으로 밀려났다. 한 달이 지난 시점. 이제 내 책은 서가로 꽂혀 1~2권 빼고는 진열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점점 잊히겠지.
그럼에도 꾸준히 내 책을 알리고 계속해서 글을 쓰는 것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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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나 제 책을 읽어보고 싶은 분들은 여러 후기들을 보고 마음에 드시는 경우 읽어주신다면 멀리서나마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