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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처럼 사라지고 싶지 않습니다

by 이용현

신간 책을 낸 지 딱 1개월째가 되어간다. 그래도 1천 권을 찍어서 600권가량을 팔았는데 두 번째 책에 비하면 선전했다. 하지만 교보에서 50위까지 치솟았던 시. 에세이 분야에서 이제는 순위도 잡히지 않고 멀어졌다.

어제는 온라인으로 딱 1권을 팔았다. 이번주도 이렇게 팔린다면 이제 두 번째 달에는 쏟아지는 신간 속에서 묻혀갈 거고, 전국의 서점 MD직원들도 내 책을 반품시키거나 저쪽 한 구석 서가로 꽂아 넣을 것이다.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점에 들렀다가 매대에 놓여 있는 내 책을 바라보는데 녀석이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듯했다.

저는 아직 신간이라고요. 사라지기엔 아직 어리다고요. 제 글을 보셨나요! 제 글을 한 번만 봐주시고 구매해 주세요! 안간힘으로 자신을 뽐내기 위해 누워있는 내 책이 아련했다.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더 닿아야 할 텐데.


<고백>

광고를 하겠습니다. 광고를 하기로 했다. 여기서 광고란 우리가 서점에 가면 한쪽에 2~3줄씩 책이 높게 쌓여 있거나 매대 위에 놓여 있는 책들을 말한다. 출판사는 그 자리를 교보문고에 돈을 주고 사는 형태이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로 조금 더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어 매대를 샀다.


보통 매대는 30만 원에서 300만 원 혹은 700만 원까지+_ 어마어마한 가격까지 치솟는다.

그래도 서울 강남, 잠실, 광화문점쪽이면 기본 30~50만 원 정도의 자리를 사야 최소한이라도 눈에 띌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그것만이 아니다. 온라인에 들어가면 배너에 뜨는 팝업 광고도 있는데 이렇게 다 하게 되면 한 달에 쓰는 비용만 최소 3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판매를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내가 인플런서도 아니고, 유명 셀럽도 아니고 그토록 잘난 사람도 아니기에 내 수준의 작가들과 신생 출판사들은 마케팅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그 비용을 지출한다.


MD들을 찾아가서 매대 자리를 잡았는데 책이 많이 팔리지도 않는 상황에서 광고를 하는 게 맞는 건지, 어쩌자고 광고를 하겠다고 한건지 혼란이 생겼다.


돈이 많은 것도 아니면서 지금 내가 왜 돈을 쓰겠다고 이러고 있는 거지?

자리를 선점해 놓고 당당하게 광고를 질렀는데 통장에 있는 돈을 보며 잠시 우울감에 젖어 내가 저지른 행위에 대해서 반추해 보기 시작했다.


나는 왜 어쩌자고 대책 없이 광고를 저지르고 만 것일까.

1. 나는 유명하지 않은 무명작가다. 사람들에게 내 책을 알리고 싶다.

유명작가라면 그냥 뭘 해도 팔리겠지만 팬층도 두텁지 않고 지금은 무명작가이기에. 내 책을 많이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2. 그간의 고생을 어떻게서든 판매량으로 보상 받고 싶다. (판매량 = 내 글을 좋아한다는 증빙)

L 난 자원봉사로 글을 쓴 게 아니니까. 좋아서 글을 썼지만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자료를 취합했고 고민했고 읽히기 쉽게 숱한 퇴고도 거쳤기에. 거기다 6개월간 잠도 못 자고 개고생 해서 쓴 게 어딘데, 겨우 책으로 나왔는데 매대에 더 오래 살아남아야 한다. 지금의 판매량이면 다음 주면 서가에 처박혀 버릴 것이다. 겨우 한달 내책을 알리고 먼지처럼 사라지는 건 내가 슬퍼서 못견디겠다.

3. 배가 아프다.

그나마 광고라도 해서 사람들이 눈길을 주는 책을 보면 배가 아프고 열이 받는다. 내 책은. 내 책도 봐달라고! 하는 마음에 늘 배가 아프다. 돈은 이미 적자다. 장가고 뭐고 돈을 모으기는커녕 쓴 글을 알리겠다고 돈을 더 쓰고 있다. 정말 대책 없는 놈이다. 차라리 주식이라도 사서 잘 나가는 작가들의 책이나 사서 대리만족이나 할걸 그랬나. 그런데 어쩌나 배가 아픈 걸.

4.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푸념하긴 싫다.

마케팅을 잘 몰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이렇게라도 매대에서 광고라도 하지 않고, 내 책이 안 팔렸다고 푸념하기 싫다. 뭐라도 해보고 안 팔리면 그건 내 책이 진짜 잘못 만들어졌거나, 타이밍을 못 맞췄거나, 내 글빨이 안되거나, 어딘가엔 문제가 있겠지. 하고 진단할 것이기에.


여하튼 여러 가지의 이유로 시작한 광고였다. 유럽 여행 갈 돈으로 책을 인쇄하고, 광고비를 또 지출하니 이거 좀 큰일인데, 라는 생각을 했다.

돈은 참 벌기 어려운데 쓰기는 쉽다.


우선 2쇄까지 찍었으니 다른 마케팅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 유퀴즈에 누군가가 내 책을 언급이라도 해준다면 좋을 텐데.라는 상상을 하며 모든 도전과 시도한 내용들을 이곳에 남긴다.


광고(일종의 고백이라는 옛말이었다) 하기로 했으니 내 책, 사랑령을 봐주십시오!

내 글을 읽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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