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참 쉽지 않다
사람은 노력을 해야만 성공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을까.
아마도 그 말이 맞는 것은 우리가 살면서 숱한 노력과 공을 들이고도 뜯대로 되지 않는 걸 직접 목도하기 때문일 것이다. 본인이 겪는 경험만큼 세상에 값진 깨달음이 어디 있을까. 그래, 이젠 더이상 노력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음을 인정하기로 한다.
자기 딴에서 모든 노력들을 쏟아부었을 때, 기대한 만큼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자괴감이나 무기력함에 빠지기 쉬운 것 같다. 나 역시나 6개월 간 퇴근과 야근을 반복하며 4시간씩 잠을 자고 책을 냈는데 이번에 쓴 <사랑령>을 말하는 것이다. 그 역시나 기대만큼 결과가 좋지 않자 긴장마저 풀린 탓인지 퇴근을 하면 무엇도 할 수 없을 만큼 바닥에 쓰러져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무념의 시간을 보낸다. 입맛도, 즐거운 상상도 들지 않는다. 피곤함과 속상함이 뒤엉켜 육체와 정신 모두 가라앉아 있다.
그렇다고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든 책을 알리려고 머리를 굴려보고 이렇게 저렇게 구상을 해본다. 글 쓰는 것이 좋아서 책을 냈는데, 내가 쓴 문장이 아까워 책을 냈는데, 이 문장이 더 많이 읽혔으면 해서 책을 냈는데, 내 서가에만 꽂혀 있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책을 내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럴 것이라면 차라리 책을 낼 것이 아니라 일기를 썼다는 위로에 그쳐야 하지 않았을까.
책상 앞에 놓인 책을 가만히 바라보며 간절했던 지난 6개월의 시간을 떠올린다. 사실 결과도 중요했지만 과정이 나에겐 가치 있지 않았던가. 이런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면 기대할 것이 없으며 단 한 권의 책도 손에 쥐지 못했을 것이다. 결과에 연연하는 내가 못마땅하기도 하지만, 풀에 죽은 어깨가 심드렁하지만 그럼에도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보낸 나의 시간을 원망할 것도, 폄훼할 것도 아니기에. 다시 용기를 지녀본다.
매번 진심으로 한 글자, 또 한 글자 채워나가다 보면 더 많은 진심이 어딘가로 흘러 가 닿기도 할 것이다.
인생이 지칠만하면 찾아오는 위기는 노력과 결과가 항상 일치하지 않아서인데 이럴 때일수록 인생의 진리를 받아들이고 묵묵하게 끝까지 가보는 수밖에는 없겠다. 끝에 가서 그동안 도전한 모든 것들이 단 하나의 결실을 이루지 못했을지라도. 노력했었잖아. 그래도 도전했었잖아. 이 사실이 꽤나 묵직한 위로의 펀치를 안겨다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