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는 무엇을 할까 하다가, 외출을 결심하고는 노트북을 챙긴 뒤 북촌에 있는 카페에 가기로 했습니다. 가까운 집 인근에 있는 카페를 가려다가 어차피 매번 가는 카페니 날씨도 많이 풀렸겠다 북촌에 있는 카페를 검색하고는 산책 겸 길을 나섰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긴팔을 입어도 괜찮을 만큼의 날씨였고 그토록 뜨거웠던 폭염의 더위는 한결 가신듯했습니다. 조금 오래 걸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찾아 가려했던 카페는 만석이었고 그 카페를 나와 그냥 무작정 걷기로 했고 창덕궁 인근을 배회하며 사람들과 이런저런 풍경을 구경했습니다.
인근에는 가족단위, 외국인 관광객들과 커플들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나와 모두가 거리를 매웠고 언덕에서는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쏟아져 내려왔습니다.
바람이 불었고 저기 멀리서 여러 갈래로 각기 다른 걸음으로 걸어오며 흩날리는 머릿결들, 사람들의 웃음, 키 작은 아이와 부모들을 바라보며 문득 꽃들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각자 다른 무게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아름답게 오늘을 꾸미고 나온 사람들. 서로 다른 얼굴과 표정, 말투와 웃음이 꽃처럼 느껴졌던 것입니다.
오늘 만난 사람들을 꽃이라고 불러본다면, 내 마음도 조금 환해지겠습니다.
당신은 무슨 꽃, 나는 이런 꽃.
길을 걷다 스쳐간 한 사람의 미소, 버스에서 잠깐 마주친 눈빛, 심지어 아무 말 없이 곁을 지나간 사람까지도
모두 저마다의 모양으로 피어난 꽃이었습니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 거리를 지나고 있던 나 자신이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무탈한 오늘을 보내고 있었으니 내일은 더 좋았으면. 행복했으면. 당신에게도 평온한 날들이 이어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