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당신의 날씨를 묻습니다
일 년의 4계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어떤 계절인가요.
계절을 고른다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봄, 이라고 말할 땐 왜 그 봄을 좋아하는지 나조차도 왜 좋아하는지를 모르고 그냥 느낌상으로만 봄이 좋다고 말할 뿐 명확한 이유를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처럼 사계절 중 하나를 고른다는 건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자기 삶을 닮은 풍경을 고르는 일에 가까울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태어난 봄이 가장 좋았습니다. 포근한 날씨.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과 따스한 바람, 시작의 설렘이 제 마음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봄을 넘어 어떤 계절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겨울"이라고 대답합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고, 남아 있는 건 황폐함뿐인 쓸쓸한 계절. 따뜻하고 포근한 것들의 반대편, 서늘하고 고독하며 을씨년스러운 풍경 속에서 오히려 저는 안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일 년을 잘 마치고 있구나. 잘 버티며 달려왔구나 하는 안도.
한 해를 뜨겁게 살아낸 나무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뼈마디 같은 가지들. 저는 그것들을 사랑합니다. 가장 볼품없고 초라한 모습일 때, 그 안에서야 비로소 진실이 드러나는 듯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한 해를 잘 보내왔는지를 다시 한번 상기하고 혹독한 추위 속에서 겨울은 말없이 모든 시간을 포용하는 것만 같기 때문입니다.
계절을 고른다는 것은 곧 자기 삶의 얼굴을 고르는 일. 저는 겨울을 닮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차갑고 냉정하지만 다시 또 다음을 기약하며 묵묵하게 인내의 시간을 기다리는 계절. 그리고 그 속에서 더욱 단단해지고 있을지도요.
그래서 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하나요. 이 말이 하고 싶을 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