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만 깜박이다

내생의 모든 이별에 관하여

건너편에서 다른 사랑을 하고 있는 당신과

당신을 기다리다 돌아선 나 사이의 결말은.

푸른 신호등이 되지 못했다.

그리움만 깜박이다 나는 돌아섰다.

횡단보도처럼 누워 앓던 밤.

시간이 지나 우리가 걷던 길은 사막이 되고

당신은 떠나야 할 사람처럼

나는 남아야 할 사람처럼 사라졌으나

그 거리 뜰에는 어김없이 꽃이 피었다는 것.

사랑이 되지 못한 남은 자리엔

다른 사랑이 또 자리를 내었다는 것.

글 사진 이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