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생의 모든 이별에 관하여
어느날부터인가 사람이 여행지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면 그날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하나의 풍경이 된다.
그 날 주고받은 이야기와, 기분, 날씨, 웃음, 스타일, 분위기 등은 머릿속에 기록된다.
천천히 구름이 흘러가는 속도로
머릿속에서 점점 그 풍경이 사라질 때 함께 했던 서로의 모습도 함께 잊혀진다.
결국 누군가를 잊는다는 건, 함께 있었던 배경을 지우는 일.
서로가 머물렀던 장소에도 녹이 슬면 그 장소는 찾지 않게 된다.
사람을 잊는다는 건 어쩌면 너무도 쉬운 일인지도 모른다.
관계에 있어서 만큼은 상처를 주지 않아도 멀어질 수 있다.
서로를 여행하지 않으면, 혹은 사랑하지 않으면 멀리 떨어질 수 있다.
만약 서로가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서로의 풍경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바람이 불어도, 함께 있었던 자리는 어느 한쪽이 아닌 둘이서 차지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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