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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Mar 29. 2017

당신에게 부치는 편지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그리움

혼자 생각하면 할수록
당신은 내게 거칠게 불어와

나를 무너트리려고 하는 바람 같았죠.


멀쩡히 있다가도 당신을 떠올리면
나는 자주 내려앉곤 했어요.

생각에 그리움에.


오래 버틸 자신이 없어 결정해야만 했어요.

서둘러 고백을 하거나,
못 본 사람처럼 잊어버리거나.


고개를 흔들어 잊어보려 하는데

당신은 더 가까이 왔어요.

그리움에도 길들여진다는 말이 무슨 말이지

당신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우리들이 함께 나누었던 말들  중에

당신은 몇프로를 가져갔을까요.

반반 혹은 전부.

다만 0이 아니었으면 해요.


우리의 말들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되는 일은

나를 또 무너트리잖아요.

가슴에서 뱉어낸 말 중에 단 한 단어만이라도

심어 놔요.

어떤 말이든 서로를 기억할 수 있는 상징의 말 하나를.

꽃만 보면 그 앞에 꼭 서게 돼요.

착한 마음으로 오랫동안 꽃을 봐요.

어쩜 이렇게 예쁠까.

당신처럼.

꽃 앞에만 있으면
나는 매일 당신 앞에 서 있는 것만 같았어요.

청춘이었어요. 살아서 빛이 나는 모든 존재는.

문득 감사한 마음이 생겼어요.

태어나 당신을 알고 간다는 게 삶에 고맙기도 했어요.


이뤄지지 않는 사랑은 아픔을 주기도 하지만

두 눈으로 당신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된 건 축복이지 않을까 하고.

혹시 그거 아나요.

혼자 여행을 다니다 좋은 곳을 발견하게 되면

사진을 찍어두고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고이 간직해두었다가 사진을 열어보이며
이곳은 사랑을 부르는 곳이었다고.
당신과 있었으면 참 좋았을 거라고.
기억을 차곡차곡 모아 놓아
좋은 이야기만 풀어놓고 싶었어요
언젠가 만나게 될 당신에게.


혼자 여행하는 동안 텅빈 외로움과

쓸쓸함이 가득했지만

혼자서도 길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던 이유에요.

언젠가 마주치거나 만나게 될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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