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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Nov 23. 2019

겨울 편지

아무쪼록 안부 없이 지내고 있어도 부디 잘 사는 줄로 알고 있는 그런 겨울이 됩시다.

첫눈이 겹겹 쌓이는 그 순간부터 다시 잎들이 피어나는 순간까지 우리는 웃으며 늙고 성장하고 있는 것이니.

거의 숨 쉬지 않고 죽은 듯이 겨울잠을 잔다는 곰처럼 우리의 관계도 죽은 듯이 잠자고 있어도 이것 또한 우리가 서로에게 눈 뜨기 위한 시절이라 생각합시다.

저기 우리가 지나던 어느 길 아래 심겨 있던 나무를 떠올려 보았소. 한때는 무성했으나 다시 앙상하게 빼 마른 몸. 나무는 다음 에너지를 축적하기 위해 잎사귀를 모두 떨궈 낸다는 사실을 아오?


잠시 떨어져 있어도 저 잎과 나무는 슬프지 않고 다음 봄에 더 큰 사랑과 에너지를 갖고 만날 게 분명하오.

혹 너무 가까워서 상처 줬을지도 모르는 우리를 반성하면서 각자의 소리 없는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소.

부디 밥 잘 먹고 따뜻하게
옹졸하지 않고 넉넉하게
과하지 않고 조금만 외롭게

차갑게 울지 않고 잘 있기를.


겨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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