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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훈 Mar 22. 2017

질투, 사랑에 돋친 강렬한 가시

사랑에 대한 분노가 '인간돼지'를 만들다

여자의 분노는 대개 질투에서 시작한다.


질투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나,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을 시기하는 것이다.      


연애에 질투는 빠질 수 없다. 두 사람의 연애에 제삼자의 경쟁자가 뛰어들면 한쪽은 질투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랑의 경쟁자가 아니라도 내 남자(여자)가 다른 이성에게 조금이라도 친절하게 대하거나 친한 척 대화나 행동을 해도 질투심이 일어나는 것이다. 질투는 사랑 때문에 일어나고 소유욕 때문에 그 불길은 번져간다.      


그래서 성경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고, 질투는 저승처럼 극성스러운 것, 어떤 불길이 그보다 거세리오.”     


전 세계에서 남자들이 저지르는 살인의 20%가 질투심 때문에 일어난다. 그만큼 질투는 무서운 감정이기도 하지만 가장 인간적이며 원초적인 감정이기도 하다.      


사랑할 때는 내 남자(내 여자)에게 다른 이성이 접근하면 질투가 생기고, 설사 이별했다 해도 자신의 옛 애인을 다른 이성이 차지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괜히 짜증 나고 질투가 나는 것이 사랑의 속성이다.      


사랑을 버려도 내가 버리지만, 그 버려진 사랑을 다른 사람이 주워가는 것도 싫은 것이다. 그래서 L. 베가는 질투를 이렇게 말한다.


“정원사의 개는 먹을 것을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막상 다른 개가 자기 그릇에 가까이 가면 으르렁거린다.”             


질투는 사랑과 소유에 대한 솔직한 감정이다.

역사상 유명한 질투는 세계 3대 악녀로까지 불리는 한나라를 창업한 유방의 부인, 여태후의 질투다. 연적을 ‘인간 돼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방이 백수로 다닐 때부터 지원해 산전수전을 겪으며 마침내 그를 황제로 만든 내조의 달인, 여치- 유방이 한나라를 건국해 황제에 오르자 아내 여치는 ‘여태후’로 불리게 된다.

      

유방에게는 척희라는 둘째 부인이 있었다. 척부인은 여태후와 달리 성격도 고분고분하고 나이도 더 어리고 애교가 많은 성격이라 유방이 더 가까이했다.     

 

남자가 돈 벌고 출세하면 새 여자 쫓아다니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새 여자인 척부인을 따라다니는 것도 화가 나는데, 여태후는 항우와의 전투에서 여치와 유방의 부친이 포로로 잡힌 적이 있었다.       


항우는 유방에게 항복하지 않으면 아버지 아내(여치)를 펄펄 끓는 가마솥에 삶아버리겠다고 협박하였다.     


이때 유방은, "해볼 테면 해 봐라. 국이 완성되면 나한테도 육수나 한 그릇 보내라. "

라는 말을 하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크게 보면 적에게 동요하지 않겠다는 신중한 판단이었지만, 여치는 상당한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여치와 유방의 아들이 아닌, 척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황태자로 책봉하려고 하자 척부인에 대한 여태후의 분노와 증오는 커져만 갔다. 여태후는 은퇴한 장량에게 계략을 자문받고 공신들을 동원해 자기 아들을 황태자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유방이 죽자, 이때부터 여태후의 질투의 불길은 훨훨 타오른다. 여자들 대다수는 내 남자가 바람피우다 걸리면, 이상하게 남자가 작살나는 게 아니다. 일단 내 남자에게 바람을 피우게 만든 원인 제공자인 그 요망한(?) 여자부터 머리 끄덩이를 잡으며 작살낸다.              


유방의 사랑으로 척부인의 아들은 황제는 되지 못했지만 조나라 왕이 되어 있었다. 여태후는 먼저 척부인을 잡아들여 감금한 뒤, 머리를 깎고, 손발에는 차꼬를 채웠으며 소나 말처럼 연자방아를 끌게 하였다.     


황제의 부인에서 느닷없이 잡혀와 짐승처럼 곡식을 빻고 있자니 척부인은 신세가 한심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자식은 임금이나 이 어미는 죄수구나, 온종일 연자방아를 끌며 살지만 하루하루가 죽음과 바로 닿은 이웃이구나."     


척희의 신세타령은 즉각 보고되어 여태후를 격노케 한다.     


"그 년이 제 새끼를 부추겨 내게 복수하려는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선수를 치는 수밖에 없지."     


그래서 척희의 아들인, 아직 12세인 어린 조왕을 감언이설로 구슬려 장안으로 불러들이고는 독살한다. 이어 여태후는 건장한 흉악범 두 사람을 데리고 감옥 안의 척부인에게로 가 흥에 겨워 이렇게 말한다.     


"네 자식은 지금쯤 저 세상에서, 아마 제 아비 귀여움을 받고 있을 거야. 호호호..."     


그러자 척희는 분노와 비통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그럼 아무 죄도 없는 그 어린것을 죽였다는 거냐? 이 독한 계집아,  제발 나도 죽여 다오. 저 세상에 가서 아들과 함께 귀신이 되어 복수해 주리라!!"     


그러자 여태후는 데리고 온 흉악범에게 척부인의 몸을 던져준다.     


" 발칙한 것, 어디서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느냐.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맘껏 하거라!"     

척부인은 흉악범들에게 온갖 성적 모욕과 희롱 끝에 강간을 당한 ,반죽음이 되었다. 여태후의 복수는 이제 시작이었다.       


척희에게 이번에는 독약을 먹여 말을 할 수 없게 하였고, 귀에는 황을 흘려 넣어 들을 수도 없게 하였으며 두 눈마저 후벼내어 벙어리, 귀머거리, 장님으로 만들었다.     


척희가 까무러치자 물을 끼얹어 정신을 차리게 하고는, 두 팔과 두 다리를 무참히 잘라내 치료해 주었다. 바로 죽으면 복수를 계속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척부인의 긴 머리는 빡빡 깎이고 팔다리는 잘리고 몸에는 빨간 옷을 입혀 흡사 돼지 같았다.      


신음소리 조차 낼 수 없고 볼 수도 없고 팔다리가 잘려 움직일 수도 없이 발가벗겨 피투성이가 된 처참한 척부인을 당시 돼지우리를 겸하였던 변소 간에 던져 넣어 버렸다.      


그리고는 자기 아들인 황제에게 유쾌하다는 듯 웃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 폐하. 돼지 뒷간에 보기 드문 짐승이 있다 하니 함께 보러 가시지요. "     


그 끔찍하고 기이한 모습에 황제가 반은 실색한 얼굴로 물었다.


" 어머니. 저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

" 인간돼지입니다. 짐승 주제에 감히 황제를 유혹해 이 어미를 누구보다 초라하게 만든 아주 몹쓸 동물이죠. "

“....그럼...”


황제는 여태후가 말한 '인간돼지' 가 척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선제의 후궁이었던 척부인이 인간돼지로 전락한 것을 보고, 모친의 잔인함과 그 엄청난 질투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머니의 독기와 그 끔찍한 상황을 보고 황제는 정신분열을 일으키는 등 1년 동안 심각한 병을 앓다가 그 후에는 주색에 빠졌다. 병을 앓게 된 지 7년 후인 2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뜬다.     


하지만 자기 아들인 황제가 죽어도 여태후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여태후는 유방의 성공을 위해서는 헌신했고, 한나라 건국 초기에는 법을  바꾸고 한신까지 제거하여 건국의 기초를 닦은 걸출한 여성이었다. 심지어 유방 사후 여씨들이 한나라 제후를 모두 차지할 정도였다. 사마천도 공적인 영역에서의 그녀는 인정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사랑 앞에선 질투로 무너졌다.


온갖 뒷바라지로 출세를 시켜 놓았더니, 바람피우는 남자에 대한 여자의 심정, 자존심의 상처, 분노, 질투는 여태후가  보여준 복수가 솔직한 모습인지도 모른다.      


바람을 피우려는 자들은 ‘인명은 재처’라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질투는 휴일이 없고 여자의 분노는 세월로도 씻기지 않는다.        


여태후의 질투를 보면서 한 철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질투의 감정이란 장미의 가시와 같은 것이다.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다.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 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감정이 이성의 울타리를 뛰어넘어서 추태를 부리게 될 때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안수길, <제2의 청춘>에서          


     


추신

대문사진은 기형도 시인의 시, '질투는 나의 힘'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동명의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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