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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형정 Dec 10. 2019

오늘부터 병원 대신 운동하러 간다

취미는 운동 : 몸 보다 마음이 아파서 

Drawing stay

서른은 넘은 지 한참 되었고 한 달 반이면 어엿한 중반이 된다. (쓸 때는 한 달 반 전이었는데 이제 한 달도 안 남았다니 정말 헛헛하다) 얼마 있다가는 마흔이 되겠지 하며 달력을 넘겨본다.  어엿한 서른의 중반이라니 기분이 이상하다. 어엿한 것은 대체 무엇을 말하는 건지. 뜻이 아주 당당하고 떳떳하다로 나온다. 나이 듦이 당당하구나. 나는 좀 더 당찬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는 걸까. 어릴 적 청춘이라는 말이 지금은 이해가 간다. 서른이 넘어도 청춘이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도 각자의 청춘이 있다. 하지만 서른이 되기 전 마흔을 생각하지 못했다. 뭐 비슷하리라 생각했다. 마흔이 넘은 언니들은 네 나이 때가 제일 좋아 라고 했고, 그 말은 이십 대의 나에게 삽 십 대였던 언니들이 했던 말과 똑같았다. 시간이 지나 오십이나 육십이 되어 네 나이 때가 제일 좋았었다고 말할 것 같아 웃음이 났다. 


늘 운동을 좋아했고 매일은 아니지만 맨손 체조든 뭐든 열심히 하려고 했다. 움직이지 않으면 온몸이 쑤시는 기분이 들어 늘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 TV를 보며 다리를 폈다 접었다 팔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유연성을 키웠다. 이렇게 유연해졌다면 이미 발레리나가 되어 있겠지. 버릇은 있지만 유연하지는 않다.



이번 가을을 지나며 

운동의 중요성보다 무리해서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감이 심하게 왔다. 밤낮이 바뀌었고 음식도 배달이나 인스턴트로 때웠던 날이 많았다. 누워 있는데 한 날은 온몸이 이불속으로 잠기는 기분이 들었다. 잠기다 못해 빠져들어 숨 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기분이 두 달 정도 지속되어 병원을 갈까 하다 말았다. 82년생 김지영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높은 가격을 보고 병원을 나가는 김지영 같았다. 다들 잘만 가는 것 같던데 나는 병원도 못 간다. 정신이 이상해서 오해받을까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정신과는 마음에 감기가 걸리면 당연히 가야 하는 곳이고 하고. 나는 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고 이야기를 한다 해도 마음이 더 안 좋아질 것 같아 그만두었다. 결혼도 하지 않았고 직장도 없고 여전히 그대로이고 그대일 것 같아 한숨을 쉬었다. 이것이 늘 문제였던 것 같다. 결혼도 직장도 없는 프리랜서의 역할은 자유로운 인간이어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는 박탈감 같은 것이었다. 우울감이 우울증으로 가려나 싶었고 이렇게 살다 간 심각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넌 위험한 상태야. 뭐라도 해 봐.’ 본능적으로 내 안의 내가 말했다. 들어오면 빠져나가는 공과금과 생활비 등으로 고개는 바닥으로 내려갔다. (어쩌면 이것 때문에 목이 아픈지 모른다. 폰을 없애 버려야 할까(빈말)) 병원 가기는 그만두었고 나는 운동을 하기로 했다. 며칠을 검색해서 개인 트레이닝 센터를 찾았다. 마음에 드는 곳은 없었지만, 금액과 공간을 보고 싶어 방문하기로 했다. ‘트레이너가 제발 나와 잘 맞았으면 좋겠어. 제발 수다쟁이에 신상을 캐지 않았으면 좋겠어. 운동만 시켜 줘.’ 등의 바람을 가지고 상담을 받았다. 결국, 다른 곳은 보지도 않고 등록했다. 작업실과 가까운 곳이고 별다른 이유는 없지만 상담하는 트레이너와 공간이 차분해서 등록했다. 



병원비랑 P.T 비용은 거의 비슷하니까. 

좋지 않은 어깨를 핑계 대며 큰돈을 냈다. 



어깨가 좋지 않아서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고 말하면 다들 무슨 소리 하냐는 듯 얼굴을 보지만 정형외과 두 달 이상을 다니고 한 달 만에 원상태로 되는 경험을 매년 또는 육 개월에 한 번씩 한다. 5분에서 10분 주사 또는 충격파, 30분 교정, 20분 물리치료 시간은 운동하는 시간과 동일하다. 그리고 의사들은 운동하라고 권한다. 통증이 지나가면 운동을 하고 근육을 키워 삐뚤어진 몸을 교정해야 한다.


정말 좋지 않았지만 정말 좋지 않은 것은 마음이었다. 운동을 접한 것은 스무 살이었고 건강보다 마른 근육의 소유자고 싶었다. 지방만 걷어 내면 된다고 생각했던 어린 생각은 없어진 지 오래고 정신병원과 정형외과 대신 운동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원래 운동을 좋아하니까 핑계를 대며 설렁설렁했었고, 국민 표준 신장을 가졌으니 이쯤은 괜찮아하던 것이 지금은 아니게 되었다. 지금이 지나면 더 안 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고 나는 큰마음 먹고 운동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나는 살이 쪄도 빠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마음이 힘들어도 별로 내색을 하지 않는다.

티 나지 않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남들도 모르게 많은 것을 쌓고 살고 있다.





마음과 몸이 연결되어 있으니 몸이 건강해지면 마음도 괜찮아지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병원 대신 운동하러 간다.









RYU HYEONGJEONG (@drawing__stay)


운동은 취미: 오해하지 마세요

*개인적인 견해가 담긴 에세이입니다.

*운동 전문가, 의사의 전문 지식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지만, 책과 건강 관련 사이트 등 찾아보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론은 확인하고 쓰겠지만 혹시라도 운동 지식에 대해 틀린 정보가 있다면 정정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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