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할 때 뭐가 더 힘드신가요? 올라갈 때? 내려올 때?”
아침 조회 시간, 내가 던진 질문이다.
"올라갈때요!" 평소 걷기를 즐겨하는 한 직원이 외친다.
"그건 하수야~!" 운동이라면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또다른 직원이 반론을 제기한다.
그런데 사실 내가 기대하는 정답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이다.
산의 높이, 경사, 날씨, 컨디션, 동행자, 그리고 그날의 기분까지—
어느 쪽이 더 고역일지는 진짜 매번 다르다.
그런데, 등산을 하다 보면 정말로 힘든 구간이 있다.
앞도 안 보이고, 숨은 턱턱 막히고, 다리는 후들후들 거리는... 당장이라도 주저 앉고 싶은 순간이다.
"혹시 이 구간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세요?" 라는 질문에
옆에서 "깔딱고개"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맞다. 깔딱고개.
말 그대로, ‘깔딱깔딱’ 숨 넘어가며 겨우 넘는 고개.
지리산, 설악산, 북한산… 어지간히 이름이 알려진 산에는 다 있다.
근데 흥미로운 건, 깔딱고개가 반드시 제일 높은 곳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상 가까이에서 제일 힘들수도 있겠지만, 체력이 바닥난 채 내려가는 중간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초입부터, 또 누군가는 마지막 10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 강원도 고성을 찾았다가
멀리 보이는 설악산의 모습에 문득 추억 하나를 떠올렸다.
그것은 공룡능선 등반이다. (https://brunch.co.kr/@brunch3ppq/47)
공룡능선은, 이름처럼 공룡의 등껍질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길이 날카롭고 험하기로 악명이 높다. 이 코스를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아마도 그 때가 마지막이 되지 싶다) 등반한 적이 있다.
한밤중에 인천에서 출발한 버스를 타고 이동 후
새벽 4시,
한계령에서 시작해 끝청, 중청을 지나 회운각까지... 이게 1단계 코스였는데,
시간으로 따지면 대충 5시간 반쯤 걸렸던 것 같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할만했다.
그런데 여기서 갈림길에 섰다.
하나는 천불동 계곡을 지나 설악동으로 내려가는 B코스,
다른 하나는 악명 높다는 공룡능선을 거쳐 마등령, 비선대를 통해 설악동으로 내려가는 A코스.
종아리에서 피로감이 슬슬 느껴져 갈등하고 있던차였는데, 함께 간 동료들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부추겼다.
“에이 여기까지 왔는데 설마 그냥 쉬운 코스로 내려가게?”
고민끝에, ‘그래 내가 언제 여길 다시 와보겠어. 여기까지 올라온게 아깝지. 에라이 까지 것 질러~!’ 하고는 공룡을 선택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공룡능선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내가 큰 실수를 했다는 걸.
험하고 날카로운 능선을 타고, 오르고, 내리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무릎이 나가고, 손바닥은 까지고, 입에서는 “헉헉” 숨이 넘어가고…
겨우 마등령에 도착해서 “아, 이제 끝이다!” 싶었건만… 그건 완전한 착각이었다.
진짜 깔딱고개는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던 것이다.
비선대까지 내려가는 마지막 구간— 끝도 없이 이어지는 비탈길에서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해는 어둑해지고, 다리는 다 풀려 버리고, 무릎은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고,
“이런 xx, 도대체 어디까지 내려가야 되는 거야…?” 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지금도 그 순간이 기억난다.
그날, 14시간의 등반은 정말 힘들었지만, 비선대 앞에 도착할 무렵 붉게 물든 얼굴을 식혀주던 빗방울이 세상에서 가장 시원하고 반가운 선물처럼 느껴졌었던 것을.
이런 깔딱고개, 사실 우리 인생에서도 자주 만나게 된다.
공부나 취업 준비를 할 때, 사업이나 장사를 하는데 매출이 안 나올 때, 뜻하지 않은 건강 문제나 가족 일로 지칠 때, 혹은 직장에서 해결이 안 되는 문제에 부딪힐 때...
어느 순간, 앞도 안 보이고, 숨은 막히고, “나 여기서 그만하고 싶다…” 싶은 순간이 온다.
그런데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게 하나 있다.
깔딱고개는 정상이 가까운 곳에 있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정말 힘든 그 지점은, 끝이 멀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 순간, 포기하면 더 힘들어진다.
그 자리에서 멈추면 추워지고, 어두워지고, 더 외로워진다.
한 걸음만 더.
한 번만 더 참고,
동료나 가족의 손 한번 잡아주고,
같이 간다는 마음으로 함께 가면,
우리는 그 고개를 넘을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우리가 바라던 경치가, 조금은 가벼운 발걸음의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물론—
내리막길이라고 꼭 편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사실도 (이미 앞에서 얘기했듯이)… 잊지 말아야 겠지만…
내일은 우리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날이다.
후보 자신과 후보가 속한 당의 욕심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고 원칙을 지키면서
깔딱고개에 서있는 대한민국을 더 나은 방향으로 잘 이끌 수 있는
정직하고 현명한 리더가 선출되기를 진심으로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