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어느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라고.
내게는 끝나지 않은 약속, 계속 진행 중인 약속이 있다.
내가 아내를 변치 않고 사랑하며, 늘 곁에 있겠다던 청혼 때의 약속이 그러하다.
“이제 그 약속 안 지켜도 돼, 결혼식에서 서약한 거...”
“무슨 소리야! 그건 이럴 때 더 지키라고 있는 약속인데,”
아내는 약속 당시에는 예상도 없던 희귀병에 걸려 힘들어 한다.
많이 아프고 서러워 자주 울기도 한다.
그 바람에 더 어려워 진 그 약속을 지키느라 나는 끙끙 몸살을 앓는다.
많은 부부들이 사랑하겠다는 그 약속을 날마다 번복하고 용서를 구하고, 다시 또 벗어나곤 한다.
우리도 그러했다. 결혼하고 아프기 전 20년 가까이 보내면서도.
아직도 끝이 오지 않았다.
죽음이 올 때야 비로소 완성될 약속이다.
오늘도 나는 약속의 길 위에서 어디쯤을 가고 있지만,
과연 무사히 이 길의 끝에 다다를지는 자신도 없고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 약속을 믿고 사는 하루가 귀하고,
그 약속을 지키며 사는 우리는 서로에게 무지 소중하다.
하루씩 사는 만큼 그 약속의 완성에 다가가기 때문이다.
귀한 하루 오늘.
기다림은 끝에 다다르는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그 그리움이 행복하고 설레고 살맛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약속을 하루에 하루치씩 지키고 살아내면서...
기다림 - 우리의 삶은 성공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