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78 - '기다림'

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by 희망으로 김재식

어느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라고.


내게는 끝나지 않은 약속, 계속 진행 중인 약속이 있다.

내가 아내를 변치 않고 사랑하며, 늘 곁에 있겠다던 청혼 때의 약속이 그러하다.


“이제 그 약속 안 지켜도 돼, 결혼식에서 서약한 거...”

“무슨 소리야! 그건 이럴 때 더 지키라고 있는 약속인데,”


아내는 약속 당시에는 예상도 없던 희귀병에 걸려 힘들어 한다.

많이 아프고 서러워 자주 울기도 한다.

그 바람에 더 어려워 진 그 약속을 지키느라 나는 끙끙 몸살을 앓는다.

많은 부부들이 사랑하겠다는 그 약속을 날마다 번복하고 용서를 구하고, 다시 또 벗어나곤 한다.

우리도 그러했다. 결혼하고 아프기 전 20년 가까이 보내면서도.


아직도 끝이 오지 않았다.

죽음이 올 때야 비로소 완성될 약속이다.

오늘도 나는 약속의 길 위에서 어디쯤을 가고 있지만,

과연 무사히 이 길의 끝에 다다를지는 자신도 없고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 약속을 믿고 사는 하루가 귀하고,

그 약속을 지키며 사는 우리는 서로에게 무지 소중하다.

하루씩 사는 만큼 그 약속의 완성에 다가가기 때문이다.


귀한 하루 오늘.

기다림은 끝에 다다르는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그 그리움이 행복하고 설레고 살맛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약속을 하루에 하루치씩 지키고 살아내면서...


기다림 - 우리의 삶은 성공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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