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즐거움

by 김필필

여행은 즐겁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고, 동경하며 소망하는 것 중에 하나가 여행이다. 블로그며 인스타, 각종 SNS에는 여행 후기가 넘쳐나고 세계 어느 여행지에서나 인증샷을 남기는 여행객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나도 그렇다. 한껏 부푼 가슴과 아드레날린의 왕성한 분비로 활발해진 두뇌활동은 나의 행동마저 들뜨게 만든다. 평소보다 날랜 발걸음과 호들갑 떠는 손놀림 하며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와 눈주름을 생성하는 생글생글 눈웃음은 덤이라고 하겠다. 그곳이 유럽이든 동네 앞 공원이든.... 일상에서 벗어난 일종의 일탈과 사건으로 인식되는 경우, 여행은 당사자에게 즐거움이 된다. 이 즐거움의 행위는 여운을 남기고 돌아온 일상에 활력소가 되며 또 다른 인생의 맥락을 제공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정말 오랜만에 혼자 여행 아닌 여행을 했다. 동생의 출연하는 공연이 있어 서울 국립극단을 찾아 연극 공연을 관람했다. 정말 오랜만에 관람하는 연극이기도 했거니와 혼자 하는 여행은 정말 정말 정말~~ 오랜만이었던지라 기다림과 설렘과 긴장이 마음 한가득이었다. 옛날이라고 하면 옛날일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혼자 하는 여행이 두렵지도 않았고, 기대되기까지 했었는데 이제는 나이 탓일까,,,,, 어색함을 가장한 두려움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두려움은 없애라고 있는 것이고 어색한 거야... 나 혼자 극복하면 되는 것을...


기차에서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누린다. 책도 보고 창 밖 파노라마 같은 풍경에 넋을 놓기도 하고, 잠시 졸았다가 깨었다가를 반복하니... 여기가 내 집인 양 편안하다. 그저 누군가와 이야기하고픈 욕구에 입이 근질거릴 뿐... 별다른 불편함은 없다. 일찍 도착한 국립극단... 근처의 커피숍을 찾으며 새로운 동네 골목골목을 헤매었다. 어지러운 전깃줄처럼 얽혀있는 골목길은 낯설고 새로웠다. 친근한 가게들의 재미있는 간판이 열을 맞춰 서 있고, 양산을 받쳐 쓰고 지나가는 동네 아주머니들은 나와 달리 목적지가 분명한 모양으로 얼굴 표정들이 야무지다.


정말 친근한 동네 골목으로 들어섰는지 커피숍은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오래된 세탁소, 단골들이 많을 듯한 미용실, 허름한 중국집엔 배달 오토바이들이 궁둥이를 뒤로 빼고 줄지어 서 있다. 큰길에서 멀지 않은 골목이었는데도 나름 조용한 골목길을 배달 오토바이가 질주한다. 이 동네에서는 나름 폭주족인 양 부왕~~ 거리며 달려가며 바람을 일으킨다. 한낮의 햇빛을 손으로 얼추 가리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니 어느덧 골목 깊숙이 와 있구나. 아무래도 다시 골목을 나가야 할까 생각하던 중 골목 끝자락 꺾어진 코너에 동네와 어울리지 않은 깨끗한 간판이 보인다.


'서계동 국수집'이라는 작고 귀여운 간판은 멀리서 고개를 빼꼼히 보이며 어서 와보라고 말을 거는 듯하다. 뭐 정확한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 점심때가 지난 듯도 하여 호기심에 몸을 맡기고 발걸음을 옮겼다. 옛날 가옥을 개조하여 작은 국숫집을 차린 모양이다. 처마며 대들보가 그대로 있고 작은 마당이었을 공간에 유리 천장을 이어 너뎃 평쯤 되어 보이는 아담한 국숫집을 차린 듯했다. 예쁜 손글씨로 정성스레 써진 메뉴판이 눈에 띈다. 매콤한 비빔국수를 시켰다.


혼자 오셨냐는 주인아저씨의 말에 단박에 '혼자 왔어요~' 한다. 약간 흥분한 말투에 나조차 놀라 눈이 말똥 해진다. 왠지 신비로운 길을 따라 이상한 상점을 발견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다. 비빔국수는 맛있었다. 곁들여 나온 육수며 서비스로 주신 닭강정도 므흣하다. 기대하지 않던 곳이라서 더더욱, 즉흥적인 결정이라 또 더더욱 즐겁고 재미있는 곳이고, 맛이다. 처음 본 국숫집 주인아저씨와도 동네 아줌마처럼 이야기도 나누고 이런저런 질문도 해댄다. 다 여행이라서 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집에서인들 아는 길과 익숙한 가게에서 예상되는 음식을 먹을 것이겠고 그 맛 또한 새롭지 아니할 것이기에 '서계동 국수집'에서 먹은 비빔국수의 맛은 매콤한 양념에 또 다른 의미를 더한다. 말끔히 맛있게 비운 국수 그릇을 뒤로하고 주인집 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극장으로 향한다. 발걸음은 여전히 가볍고, 마음은 하늘 위 구름으로 올라붙었다.


극장 앞 푸드트럭에서 큐브 스테이크며 감자튀김을 팔고 있다. 빨간 국립 극단 건물과 노란 푸드트럭의 컬러궁합이 환상적이다. 극장 안 쪽에 마련된 작은 커피숍에서 아이스커피를 시켜 창 쪽으로 난 일인용 테이블에 앉아 구경을 한다. 사람 구경..... 어쩌면 똑같은 한국 사람들인데 다르게 생겼을까..ㅎㅎㅎ 평소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 얼굴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 읽어본다. 점심은 무얼 먹었을까, 누구랑 연극을 보러 왔을까, 친구랑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한 명 한 명 모두 다른 스토리와 사연을 가진 듯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얼굴 표정과 몸짓과 행동으로 읽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하늘은 또 어떻고,,,, 새파란 게 쪽물을 풀어놓은 듯하고, 사이사이 갓 구워낸 식빵 찢어 놓은 듯한 새하얀 구름은 하늘 향해 입 벌리고 혀를 날름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 아래 빨간 지붕의 극장과 노란 푸드트럭과 그들을 받치고 있는 연초록 잔디밭...... 그리고 넘쳐나는 이야기들을 간직한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이렇게 재미있는 거다... 여행이라는 게...... 전혀 새로운 것이 보이는 평범한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내가 있는 것..... 여행이다.


작고 소소하지만 가슴에 콩닥거리는 여운의 작은 씨앗을 떨어뜨려주는 것, 평범함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과정, 새로움을 찾는 나를 발견하는 것, 소박하지만 즐겁고 설레는 것, 인생의 또 다른 맥락과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나는 것, 그리고,,,,,, 나를 돌아보는 것..... 여행이다.


공연이 끝나고 길거리에 나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나고, 또 다른 공간을 탐험한다. 동생에게는 익숙하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함께 나누며 밤 새 과거를 추억하고 미래를 이야기했다. 짧지만, 길었던 혼자만의 여행.... 또 가야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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