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이 뭐길래....

by 김필필

어제는..... 그 유명한.. 한국 사람이라면 다 안다는.. 모두가 기다린다는 불금이었다.... 날씨도 풀린 4월의 불금.. 벚꽃 흐드러진 야무지게 봄밤인 불금이었더랬다..... 그리고 나는 오랜만에 자유시간이었다. 나만의 시간... 아... 좋아야 하는데... 이상하게 부담스럽다... 뭔가 자유로움을 만끽할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뭘 해야 하지....


영화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보고 싶었다. 정말 오랜만이었기도 하고(사실 불과 일주일 전에 프리즌을 봤다는 건 지금 글 쓰면서 생각났다는).... 좋아라 하는 스릴러 영화가 개봉하기도 했고, 그 영화에 겁나 섹시한 라이언 레이놀즈와 내가 너무 좋아하는 제이크 질레한도 나온다고 하니... 꼭 봐야 할 거 같은 책임감이 올라온다.... 어쩔 줄을 모르겠다.... 예약을 해야 하나? 누구랑 보지? 어디를 찔러보지? 갑자기 영화 보자면 좋아할까? 친구들은 대부분 그런 영화 안 좋아하는데... 별 것도 아닌 것들이 불금이라는 이유만으로 화력 짱짱한 불쏘시개들이 되어 내 마음을 뒤집어 놓는다.


스리슬쩍 카톡을 남긴다... 여기저기... '오늘 뭐하냐' 그냥 물어본다는 듯 시크하고 시큰둥하게... 확인도 시간차를 두고 늦게하는 고난도 전략을 펼치면서........ 흠흠..... 아줌마들은 역시 다들 바쁘다.... 노처녀들을 공략하자......... 애인도 없는 순수한 아이들로.................

그들도 바쁘다.....ㅡ.,ㅡ 세상에 야무지게 봄밤인 벚꽃 제대로 펴버린 4월의 불금에 나 빼고 다들 꽁냥꽁냥이다.... 불편하다... 뭐지? 이 감정은? 미추어버리겠다............. 혼자 차 몰고 나름 벚꽃 많은 곳으로 갔다... 여기도 꽁냥꽁냥이다......... 뿌려놓은 카톡 답변은 다들 놀지도 못하고 힘들어 죽겠다인데..... 밤 벚꽃 즐기는 이들은 누구인가.... 외계 생물체는 아닐 것이고.... 벚꽃이 흩날리는데... 눈물이 같이 흩날린다... 너무 시적인가? 분노의 눈물인데? 아름다운 봄밤에 어울리는 분노의 눈물..... 짜증과 화가 밀려 올라온다.... 기필코 혼자라도 겁나 섹시한 라이언 레이놀즈를 보고야 말리라.... 영화 검색에 돌입한다..... 아놔..... 시간도 안 맞다...... 꽥 소리를 지른다.... 다행이다. 차 안이라..... 밖에까지 안 들린 것 같다..... 밤 중에 괴성이 들리는 차는 좀 이상하잖은가....


시시각각 봄바람같이 변화하는 나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열불이 난다. 넓다면 넓은 이 땅에 내 몸뚱이 하나 둘 곳이 없어 난처해하고 있는 내 자아가 가련하다..... 그냥 집에 가면 되는데... 그건 또 아닌 말씀이지... 계소 이야기하잖아... 완연한 봄이고 벚꽃이고, 4월의 불금이라고... 얼마나 이야기해야 집에 가란 잡소리를 집어치울 거냐.... 또 어디를 기웃거려볼까 핸드폰을 뒤적인다.... 애는 놀아줄 거 같은데.. 너무 오래 연락을 안 했다.... 그때 부탁한 걸 안 들어줬던 것도 같다....

왜 딱 잘라 영화 보러 가자고 못하지? 그게 뭐라고 자존심은 있어가지고 뭐하냐는 --모두 다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척 -- 미끼를 투척하고 전전긍긍 초조해하고 있는 꼬락서니라니.... 어쩜 너는 스무 살이나 서른 살이나 곧 4자 붙을 지금이나 똑같니..... 못 노는데 놀고 싶어 안달 난 아이야...


그래도 벚꽃.... 예쁘긴 하네....

전화 온다..... 앗싸~.............ㅡ.,ㅡ 동생이다... 식상하다.... 예의상 전화받았다.... 김치 송송 넣어 청국장을 끓였는데 맛있단다. 먹으러 오란다. 아까도 말했지만, 벚꽃 그득한 4월 불금에 청국장이 뭐니............ 근데 배는 또 고프다.... 귀찮다며 시크한 척하고 안간댔더니, 또 자꾸 오랜다.... 알았다며... 마지막 보험으로 동생을 등록하고 끊었다....... 벚꽃은 여전히 예쁘다..


그럭저럭 카톡 뒤적이며 사진 뒤적이며 떨어지는 벚꽃 눈으로 좇으며 기어코 30분을 채워 머무르다...... 머무르다.... 뭐 별 수 있나... 김치 송송 넣은 청국장 먹으러 갔다.... 청국장과 벚꽃.. 도... 나름 어울리는 조합이잖은가...... 쿄쿄쿄


겁나 맛있었다.... 콩나물이랑, 김치 무침이랑, 멸치조림이랑.... 다 맛있다고 칭찬해주고 스벅 가서 젊은이들 흉내도 내어주니 기분이 어느 정도 진정된다. 나름 재미있는 불금이네... 생각하면서 오늘 밤은 소맥을 들이부어주리라 다짐하지만,, 자신이 또 없어 맥주만 몽땅 사서 집에 왔다.

안주로 사 온 과자랑 맛살이랑 세팅하고 맥주 대기 키시고 영화 한 편 보면서 마지막 불금을 불태워야지... 나 혼자...... 간택된 영화는 '맨체스터 바이더 씨' ,, 맥주 세 캔에 영화는 끝났고, 거의 기절해서 잠들어 이제 일어나 어제를 추억하며 이러고 있다..... 나는 이제 곧 내 나이 앞에 4자를 달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철이 없다.... 큰 일이다... 곧 또 돌아올 수많은 불금들이 걱정된다. 잘해 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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