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고독, 고적, 막막, 고단..... 모두 외로움의 뜻을 가진 한자어로 만들어진 낱말들이다.
Loneliness... 외로움... 영어, 불어, 일본어, 러시아어... 모두 외로움이라는 의미의 단어를 가지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똑같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사전에 등재될 정도의 일반적인 감정 중 하나이다. 기쁨, 슬픔, 화남, 열 받음, 짜증남, 재미남... 등과 같은 단어와 그 결을 같이 하나 전혀 다른 이질적인 것... 외로움...
기쁨, 슬픔, 화남, 짜증남 등은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이다. 다른 사람에 의해 또는 다른 사람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나 사건 등을 통해 발생되는 특별한 감정에 대해 명명된 단어들...
하지만 외로움이란 모든 관계의 단절로부터 온다. 홀로 되다... 다시 말해 모든 관계가 끊어져 세상에 오롯이 혼자임을 느끼게 되었을 때야 비로소 발견하는 나만의 감정... 다른 무엇과도 연결되지 못함에서 오는 허전함.... 그리고 쓸쓸함......
그런데 조금 모호하다... 홀로 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될까... 누군가는 쓸쓸하나 누군가는 자유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앓았던 이가 뽑힌 듯 속이 시원한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일반적으로 인류는 관계 속에서 존재 이유가 있으므로 쓸쓸하고 공허하고 허전함을 느낄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단어이다. 그리고 객관적으로든 주관적으로든 관계가 끊어지고 홀로 된 인류는 모두 이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온몸으로 느낀다.
인간은 모두 외로운 존재이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과 사랑하는 연인과 마음을 나눈 친구와 함께라도 어차피 인간은 고독하다.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꺼내어 타인에게 무언가를 증명하거나 나의 감정을 100% 공유하지 못하는 이상 인간은 언제나 고독하다. 외롭다. 그래서 인간은 깊이 있는 사유를 포기한다. 사유를 통해서 인간은 나와 다른 세상을 발견하고 나의 내면을 품어주지 못하는 연인과 나의 과거를 나누지 못하는 친구와 내 갈등과 콤플렉스의 온상인 가족을 발견하게 되므로....
인간은 사유를 포기한다. 외로움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그 대신 사유의 허전함을 달래줄 무언가를 찾는다. 외로움이 접근하지 못하고, 인간의 내면에서 사유의 공간을 없애줄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구한다.
그리고 이 외로움과, 사유의 토대가 되는 시간이라는 물리적, 개념적 조건을 갉아 없애기 위해..... 인간은 무언가를 한다. 취미라는 거창하고 멋들어진 이름으로.... 영화를 보거나 운동을 하거나 심지어 사유의 또 다른 이름으로 일컬어지는 독서를 하거나.... 또는 누군가를 만난다. 사랑이나 우정이나 또는 단순한 관계 맺기를 이유로... 명명백백 외로움이 끼어들 공간조차 허락하지 않도록 나의 시간을 주관한다. 관계와 갈등과 조율과 정치와 사랑과 일과 취미 또 일, 취미 그리고 또 사랑, 관계...... 외로움이 차지할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친다.
나도 그렇다. 오롯이 맨 몸을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결을 받아내기 벅찰 것이라는 두려움에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취미나 여가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하여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없도록 내 머릿속에 자물쇠를 채우고 나면 안도감이 든다. 오늘도 그렇다. 어제도, 내일도..... 외로움에 직면했다면 더더욱 벗어나기 위해, 또는 직면한 외로움을 부정하기 위해 무언가를 찾는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느낀다. 누군가를 만난다. 그 누군가가 내가 주도한 관계의 일부라고 믿는다. 외로움이 두려워 만드는 관계가 아니라고 굳게 믿으며...... 그리고 안도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외로움은 이미 내 안에 자리를 잡았고 아무리 외면하려고 노력해도 그녀는 내 두려움과 슬픔과 쓸쓸함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리라는 것을.... 내가 만드는 일도 내가 만나는 누군가도 외로움을 회피하려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외로움을 왜 그녀라고 표현했을까..... 외로움은 여성명사일까? 어쩐지 어색하지 않다... 외로움...
외로움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외로움에서 오는 사유의 늪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두렵지만 대안이 없다. 아무리 무언가를 찾아 헤맨들 외로움이 떠나 줄 리 만무하고, 언젠가 찾아올 외로움이라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누구나 느끼는 감정 중 하나라면, 사전에 등재될 정도의 일반적인 느낌이라면 못 헤어날 리도 없지 않을까. 외로움에 의해 생긴 마음의 공간에서 사유의 늪에 빠져 과거로 현재로 또는 미래로 떠돌아다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외로울 뿐... 견뎌내어 보자. 이미 내 안에 있다면 그녀를 회피하기 위해 무언가를 찾아 헤매며 도망치지 말고, 견뎌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즐거운 시간 속에서도 관계와 관계 속에서도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했었잖아. 이제야 드디어 외로움을 마주 대하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담담히 받아들여 보는 건 어떨까.... 역시 외롭겠지만...
외로움..... 단어가 외로울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