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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러스트 준 Jul 11. 2021

올여름에는 무조건 덕산막걸리

살은빼고싶지만떡볶이는먹고싶어

올여름은 무조건 덕산막걸리   

       

30대 후반 인생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막걸리에 푹 빠져 맥주를 제쳐 놓고 막걸리만 마시던 때가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말술깨나 먹나 보나 하겠지만, 주량이 적어 기분 좋게 취할 정도로만 마신다.     

      

술을 진탕 먹은 다음 날, 깨질듯한 두통으로 이리 누워도 저리 누워도 편치 않았던 경험으로 다음 날 가뿐히 깨어날 정도까지만 허용한다. 술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안주에 적당히 취할 정도로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막걸리를 떠올리면 어르신들이 슈퍼 앞에서 드시거나 고사 지낼 때 쓰는 술로 딱히 마시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시금털털한 맛과 향도 별로여서 가까이하지 않았다. 이렇게 멀리했던 막걸리에 푹 빠지게 된 이유는 다른 어떤 술보다도 목 넘김이 부드럽고 쌀로 빚어 왠지 건강에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당한 가격도 한몫하고 막걸리 한 병이 750mL로 맥주 한 캔 500mL보다 양적으로 아쉬움이 덜해 술을 더 찾지 않아 과음을 피하게 되기도 한다. 게다가 유산균까지 풍부해 오래 묵은 변비를 한 방에 해결해준다.  

        

입문은 장수막걸리로 했지만, 한때 인기가 많았던 달달하고 탄산이 강한 국순당 막걸리로 잠시 갈아타기도 했었다. 마트에서 장 볼 때, 누군가 막걸리를 계산대에 올리면 나도 무언가에 홀린 듯 얼른 막걸리 2병을 가져와 계산대에 올려놓고 큰일을 해낸 듯 뿌듯해했다. 늘 냉장고에 막걸리가 떨어지지 않게 한두 병 채워놓고 그림 작업의 고단함을 만든 안주와 함께 막걸리 한잔으로 풀었다.  

         

음식점에 가면 무조건 국순당 막걸리만 시켰는데, 어느 순간 그 좋아했던 달달함이 싫어져 막걸리 원조인 장수막걸리로 갈아탔다. 막걸리 참맛을 모르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달달한 막걸리를 찾는다고 말씀하시던 큰 형부가 늘 장수막걸리만 고집하시는지 그때서야 알았다. 장수를 마시면서도 새로 나오는 막걸리 맛이 궁금해 잣, 알밤, 순희, 지평 생막걸리 등 여러 막걸리를 맛보다 진한 맛의 지평 생막걸리에 푹 빠져 지평만 마신 지 2년이 되어간다. 가끔 마트에서 찾지 못하면 아쉬워하며 장수막걸리를 들고 나오기도 한다.  

         

솔직히 말하면 지평 생막걸리보다 더 좋아하는 막걸리가 있다. 종로 3가 전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덕산막걸리’이다. 허영만 화백의 <식객> ’ 할아버지의 금고‘편에 나온 막걸리로 아는 동생이 이번 생에 꼭 맛을 봐야 한다며 추천해주었다. 코로나-19로 까맣게 잊고 지내다 막걸리에 대한 글을 쓰면서 나의 최애 덕산막걸리가 떠올랐다. 그렇게 좋아했던 막걸리를 어떻게 잊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들지만, 그 당시 한눈에 반해버렸던 터라 지금 기억이 떠올라도 그때 맛있게 마신 그 맛이 떠오른다. 

         

3년 전 친구들과 연말 모임을 종로 3가 그 전집에서 했는데, 안 먹었으면 억울할뻔했다. 셋이서 덕산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더니, 사장님이 아예 2병을 갖다 주시며 말했다.   

        

“어차피 한 병 금방 비우게 될 거야,”   

       

무슨 말인가 했더니, 금방 무슨 뜻인지 알게 됐다. 모둠전이 나오기도 전에 한 잔씩 따라 막힘없이 술술 마시고는 금방 또 석 잔을 채우다 보니 한 병이 순식간에 비워졌다. 역시 사장님 하면서 모둠전이 나오기도 전에 취기가 기분 좋게 올라왔다.      

    

전도 푸짐하고 맛있었지만, 처음 맛본 덕산막걸리는 어디에서도 맛본 적 없는 지금 글을 쓰면서도 침이 고이는 전집이 집 근처에 있으면 자주 가서 마시고 싶은 그런 맛이었다. 너무 맛있어 사 먹을 수 있나 하고 검색해보았지만, 그 당시 덕산막걸리는 그 전집에만 납품해 어디에서도 사 먹을 수 없다는 아쉬움에 그 후에도 한 번 더 다녀왔다. 요즘 인터넷 쇼핑몰로 오만 것을 다 파는 시대에 덕산막걸리 구매가 가능해지지 않았을까 하며 검색해보니 직접 양조장에 전화하면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한 짝에 20병으로 아직 구매 전이면서 머릿속으로는 큰오빠, 큰언니, 작은언니와 나 이렇게 세 집으로 나눠 먹을 계획까지 세워버렸다. 지방에 있는 작은오빠와는 나눠 먹기가 쉽지 않아 다음을 기약해본다. 엄마가 계실 때도 맛있는 음식은 늘 같이 먹어서인지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도 맛있는 음식을 대하면 뿔뿔이 흩어져있는 형제들과 꼭 나눠 먹고 싶어진다. 한 짝에 10병이면 각 집에 한 짝씩 보내주면 되는데, 한 집에 20짝은 유통 기한 내에 마시기에는 너무 많은 것 같다. 

         

여름에는 무조건 맥주지만, 올여름 장마에 막걸리와 전을 안 먹으면 섭섭하기에 바삭바삭한 김치전과 덕산막걸리를 형제들과 마실 날을 꿈 꾸어본다.

음식에세이 <살은 빼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동갑내기 글작가 이윤영과 일러스트작가 강희준의 공동연재로 진행됩니다.     


글,그림/강희준작가 (30여권이 넘는 그림책의 그림을 그리고 지금은 글과 그림을 잘 쓰고 그리는 사람으로 거듭나려고 매일 읽고 쓰고 그리는 사람, 대표작 <구방아, 목욕가자 (권영상동시집, 강희준, 사계절)> <떴다! 지식탐험대> <떴다! 지식탐험대-환경(개정판), 환경용사, 지구를 살려라 김수경 글/강희준 그림, 시공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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