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웃는 아이 21화

작가의 말

by 꽃님

'연필은 깎아야 쓸 수 있고 사람은 다듬어야 쓸 수 있다'는 말처럼 내가 하는 일이 사람을 다듬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을 다듬어 멋진 인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고 자부했었어요. 하지만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10년 이상 하고 보니 오히려 아이들이 나를 다듬어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나의 정신과 인격을 성장시켰어요. 그 덕분에 아주 조금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파일을 정리하다가 그동안 만났던 아이들이 생각났어요. 일요일까지 쉬지 않고 학원을 다녔던 초등 1학년 아이는 검지 손톱을 속살이 다 보일 정도로 물어뜯어 피가 났었고, 방문 수업을 갔던 4학년 아이는 수시로 손소독제를 손에 묻혀 손을 소독했어요. 밤늦은 시간까지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중학생은 메일로 전송된 수학 문제를 새벽이 될 때까지 풀어야 했습니다. 공부가 너무 힘들다고 말하는 아이들에게 토닥토닥 등을 쓰다듬고 힘내라는 위로의 말로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그러다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도 나가고 아이스크림도 사주며 작은 위로 선물도 주었더니 아이들의 숨이 조금씩 트이기 시작했어요. 그때의 경험들이 지우와 새롬이를 소환하게 되었답니다.


아이들이 사는 세상이 위험에 빠트리는 어른이 아닌 홍준호처럼 곁에서 지켜주고 돌봐주는 어른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부모였으면 좋겠고 친구여도 좋습니다. 그냥 아무런 관계가 아니어도 좋아요.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길 희망합니다.

우리에겐 늘 결핍이 있고 그것을 채워 줄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미래를 위한 준비도 좋고 훌륭한 삶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행복하게 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웃는 아이'가 최선을 다해 학업에 열중하는 학생들, 그들을 지켜주고 계신 부모님들, 삶의 버거움을 느끼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미력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keyword
이전 20화웃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