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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를 말로 이긴다는 것은 이루기 힘든 꿈이다.
여느 집과 같은 아침 풍경. 우리 네 식구가 정성스럽게 차려진 아침 밥상에 둘러앉았다. 아내가 하은이 밥에 나물을 올려놓는다. 하은이는 마지못해 나물을 먹었을 뿐이고 이를 보지 못한 아내가 나물을 다시 하은이 밥 위에 놓으며, 격양된 목소리로 한마디 하는데, 하은이 너! 나물 안 먹고 다시 가져다 놨어? 한다. 억울한 하은이는 눈을 놀란 토끼처럼 동그랗게 뜨며, 먹었어요! 한다. 그렇게 잠시 침묵이 흐르고 아내가 위엄 있는 목소리로 입을 떼는데, 또 먹어! 한다.
도대체 아내의 아이큐가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하다. 순식간에 저런 대화를 이어간다는 것이 놀랍다. 그래서 평소에 내가 당하는 것 같기도 하다. 각시를 말로 이긴다는 것은 이루기 힘든 꿈이다. 2002년 월드컵이 아니다. 내 인생에서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