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끝나는 마지막 날, 찜찜한 마음으로 감자탕집에 갔다. 설렁탕을 먹고 싶어 하던 아내가 나의 의견을 받아들여 감자탕이 채택되었다. 나는 진짜이슬을 한 병 시켜서 맛나게 먹었다. 취기가 빙빙되는 게 후딱 집에 가서 자고 싶어졌다. 집에 도착해 보일러 스위치를 켠 후, 욕실에 들어가 시원하게 샤워를 했다. 물론 양치질도 꼼꼼히 했다. 그리곤 그대로 자빠졌다. 초저녁부터 잤다. 그렇게 배 부르고 등 따습게 잠을 자고 있었다. 솔찬히 시간이 흐른 후, 아마 몇 시간은 흐른 듯하다. 갑자기 아내의 긴 한숨소리와 질문이 귓구멍을 파고들었다.
"보일러 누가 안 끈 거야? 김동민. 샤워하고 보일러 안 껐어?"
"껐어요"
동민이는 억울하다는 듯이 굵고 묵직한 어조로 반항하듯 대답했다. 아내는 혼잣말로 계속 물었다.
"그럼 누구야. 김동민 진짜 껐어?"
"네. 껐어요"
하은이는 기숙사에 있고, 동민이는 껐다 하고... 범인의 윤곽이 슬슬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내가 미쳐... 방바닥이 쩔쩔 끓네 끓어..."
술을 먹으면 코를 심하게 고는 나는 하은이 방에 누워있었다. 아내는 발바닥으로 거실 바닥을 쓸며 하은이 방으로 다가왔다. 그 소리가 어찌나 무겁고 힘들었는지 지금도 귓전에서 맴돈다. 아내는 자빠져 자고 있는 나를 보며 긴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내가 미쳐... 방바닥이 쩔쩔 끓네 끓어... 니네 아빠땜에 내가 미쳐..."
나는 눈을 감은 채로 많은 생각을 했다. 물론 매칼없이 취조를 당한 아들 녀석에게 미안하다는 혼잣말을 삼켰다. 눈을 뜰 수 없었다. 아내도 미동치 않는 나를 보고 포기하듯 돌아섰다. 아내의 넋두리가 작은 메아리로 거실에 남았을 때, 난 비로소 눈을 떴다. 한데 문제가 생겼다. 오줌이 마려웠다. 난 소리 없이 일어나 살금살금 화장실로 향했다. 다행히 아내는 안방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난 시원하게 오줌을 발사할 수 없었다.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소리로 오줌을 발사했던 것 같다. 좌우당간에 무사히 대사를 치른 후, 다시 하은이 방으로 돌아와 질끈 눈을 감았다. 무사히 잠을 이어 잤다. 솔찬히 긴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