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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눈 Jun 06. 2018

너에게 하고 싶던 이야기들

이제는 전할 수 없는.

문득 그런게 궁금해진다.

나는 도대체 너의 어떤 점에 사랑한번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마냥 너만을 졸졸졸 따라다니게 되었는지.


이제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너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당연해졌기에, 우리가 함께 쌓아온 가지각색의 추억들이 적지 않을만큼의 시간이 흘러왔기에. 오랜친구와의 친해진계기가 생각나지 않다가 문득 궁금해지는 것과 비슷한 것이겠지.


생각해보면, 너와 나는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원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사람에게 끌린다고들 하지 않나.

그도그럴게 너와나는 너무 달라 나에게 없는 이 모든 것을 너는 채워 줄 수 있을 것만같았다.

항상 학교에 필통을 볼펜으로 꽉꽉채워 다니고 밴드를 가지고 다녀 누가필요할때마다 주던 사람. 누군가가 어떤물건이 있는 사람을 찾을 때 대답하던 사람은 항상 너였다.

이게 참 별것도 아닌데 너라는 사람이 신기해지더라.

나는 첫 학기에만 마음잡고 필통에 볼펜을 채우고 다녔지 그 뒤로는 필통은 커녕 볼펜 한 자루도 가져오지않아 다른사람에게 빌리기 일쑤였는데.

나와는 정말 다른사람이구나라는 생각보단 사실 정말 네가 신기했다. 그리고 내 살이 살짝 까졌을 때 네가 빌려주던 밴드는, 괜히 내 아픈 상처가 간지러워질만큼 기분이 좋더라.


섬세한 사람이다.

이것이 너를 지켜보고 결정내린 너의 유형이었다.

오빠같았다. 나이로는 물론 오빠가 맞지만 그저 정서적으로 나보다 훨씬 성숙해보였다.

좋게 말하자면 털털하지만, 무척이나 덜렁대고 항상 넘어지는 '애'같은 구석이 있는 나에게 너는 약을 가지고 달려오거나 약이 없다면 걱정되는 마음이라도 한움큼 가지고서 가장 먼저 일으켜세워주고, 나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는 등. 나를 챙겨줄 것만 같았다.

그래, 그래서 나는 나와 다른 너를 조금씩 신경쓰게 되었나보다.


그렇게 다른 너를 만나 매력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렇게 다른 너를 만나 힘들기도 하였다. 너와 나는 항상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아프게 하고 지치게하고. 서로로부터 마음이 채워지는 것을 느꼈지만 또 서로로부터 마음이 허전해지는 것 역시도 느끼며 서로 못할말도 해가며 상처를 주곤했다.

하지만 사람에 치이고 데인 나를 믿어주고 안아주던 너의 모습이, 모두가 떠나갔어도 끝까지 내 옆에 서있어주던 너의 그 모습이,

나를 '좋아한다'던 너의 말에, '진심으로 하는 말이지?' 라며 불안해 하던 나에게 대답하던 진지한 너의 눈빛이. 그 모든 것들이 계속해서 아른거리며 남아있어 너를 계속해서 사랑해야겠더라.

애초에 너의 그 눈빛 하나 믿고 시작한 '우리'라는 삶이다. 조금은 힘들어도 그때의 너를 더 믿고 나아가도되지 않을까.

그런 마음가짐으로 너를 사랑하고, 때로는 버티고 견디며 어느새 4계절을 같이 보내게 되었구나.


처음엔 그저 설레는 마음으로 너와 함께했지만 지금의 너는 나에게 연인, 그 이상이다.

너에게 너무도 익숙해져 이제는 정말 물릴수 없을것만같은 느낌.

익숙해진다는 것은 나쁜 것이아니다. 나는 오히려 익숙한 이 분위기를 사랑한다. 너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가고 너란 사람에게 익숙해져 내가 정말 너로 변하는 과정인것만 같아서.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나라지만, 너에게 있어서만큼은 너와 함께할 때만 느낄 수 있는 그 익숙한 느낌이 좋다. 꾸밈없는 온전한 나를 보여줄 수 있어 편안하다.

너는 항상 나에게 예쁘다 말한다. 이만큼 내 얼굴을 지겹도록 봤으면 한 번이라도 보기싫다 할 수도 있을텐데. 넌 내가 로션조차 바르지 않은 칙칙한 얼굴로 널 맞이하여도 예쁘다고 말해준다. 그런 네가 좋다. 저 아래 처박혀있는 나의 자존감을 잡고 끌어올려주는 네가. 넌 절대 지워지지 않던 나의 화장을 항상 지우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그렇게 나는, 너를 만난 그제서야 온전한 내가 될 수 있던 것이다.


있지. 이번 봄에는 벚꽃을 보지 못했잖아, 아쉽게도. 우리가 만난 계절이 초여름이었어서 이번에도 벚꽃을 보지 못한게 그렇게도 아쉬웠는데 이제는 괜찮아.

겨울에 피는 눈꽃을 너와 함께 보면 되니까.

겨울에 아름다운 눈꽃들이 피어나는 것도, 따뜻한 봄이 찾아와 눈꽃이 지고 조그마한 벚꽃의 꽃봉오리들이 맺히는 것도,

너와 함께 할 날이 앞으로도 정말 많아서 그 모든 것들을 차근차근 같이 바라보고싶어.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번년도에도, 다음년도에도 그후에도. 계속 나와 함께 꽃구경 가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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