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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신라 시대 돼지

식육 마케터 , 한돈 스토리텔러, 김태경

통일 신라 시대 돼지

통일 이후의 신라는 영토와 자원의 확대로 인하여 대토지를 소유한 귀족의 생활은 더욱 풍요했지만, 일반 백성과의 빈부 격차는 더욱 심해 갔다. 이 당시 상류사회의 생활상을 당서신라전(唐書新羅傳)에서는, 재상(宰相)의 집에 奴僮 (노동 종) 3천명 甲兵 (갑병: 갑옷을 입은 병사)과 소, 말, 돼지의 수가 또한 그만하고 바다에 있는 섬에 목축하여 식생활에 공급하고 미곡을 빌려줘서 채무를 완전히 갚지 못한 자는 노비로 삼았다고 한다. (단 3천이라는 숫자는 흔히 다수를 의미하는 데 사용함) 당시의 풍요로운 귀족 생활을 알려 주는 유적으로는 경주 안압지와 포석정이 남아 있다. 최근 안압지에서 출토된 목간을 통해 우리나라 고대 육장에 대해 추론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안압지에서 발굴된 8세기경의 목간은 안압지 근방에서 가오리와 같은 물고기, 돼지, 노루, 미상의 五藏 (오장)과 같은 수조육류 및 그 내장을 당시 부(缶 액체를 담는 그릇)나 웅나 혹은 자 (瓷)로 불리던 항아리나 동이와 같은 질그릇에 담가 먹었음을 유물로 증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안암지 포전의 목간에는 제조 일자+제조+음식물+가공법+용기 혹은 용량이라는 기본 형식에 맞춰 내용이 적혀있었다. 목간에 나타나는 수조 육류의 명칭은 가화어(加火漁), 어(漁), 견(犭), 조(鳥), 장(獐)인데 가오리, 물고기, 동물, 새, 노루, 돼지다. 이 명칭은 고구려에서도 볼 수 있는 동물 명칭이다. 이러한 동물 외에도 사냥에서 잡히는 야생동물이나 잡은 가축의 종류에 따라 장의 종류도 증가했다. 육장은 고기 종류나 부위에 따라 첨가되는 양념 및 숙성의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육장이 된다. 육류로 만들어지는 즙장은 고대 음식에서 현재의 간장과 유사한 역할을 담당했다. 즙장은 채소 등의 다른 식재료를 절이거나 간을 맞추는데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 신라는 불교의 살생금지 사상에도 불구하고 왕실이나 귀족사회에서는 육류를 풍성하게 식육으로 하였다. 주로 바다에 있는 섬을 이용하여 가축을 사육하였다고 하는데 이러한 경우 사육은 물론 노예나 천민이 담당하였을 것이다. 

통일 신라 시대의 축산은 대중화하지 못하고 일부 계급만을 위한 축산의 성격이 강한 귀족 축산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통일 신라에서도 관영으로 제사에 쓸 돼지를 길렀다. 711년 신라의 33대 성덕왕(聖德王, 재위: 702〜737)은 도살(屠殺)을 금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때의 도살금지는 가축을 함부로 죽여 육식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여겨진다. 불교가 도입된 이후, 함부로 살생을 금지하는 법이 생기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당장 육식 소비가 줄었다고 할 수는 없다.

원광법사는 세속오계로 다음과 같은 규범을 제시하였다. 

사군이충(事君以忠): 충성으로써 임금을 섬기어야 한다.

사친이효(事親以孝): 효로써 부모를 섬기어야 한다.

교우이신(交友以信): 믿음으로써 벗을 사귀어야 한다.

임전무퇴(臨戰無退): 싸움에 나가서 물러남이 없어야 한다.

살생유택(殺生有擇): 살아있는 것을 죽일 때는 가림이 있어야 한다.

이는 신라 고유의 정신적 바탕에 불교와 유교 정신이 잘 융합 정리된 것으로, 일반 국민의 도의 표상이 되었고 화랑의 규범 정신이 되었다. 인도와 일본은 불교 국가로서 불교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면서 살생은 거의 없어졌다. 그러나 신라의 원광 법사는 불교의 가르침을 무조건 추종하지는 않고 있다. 신라의 땅에 살고 수초를 먹는 자로서, 불교에 앞서는 것이 조국이라 하면서 살생유택이라 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생유택을 설명하였는데, 육체일 즉 매월 8, 14, 15, 23, 29, 30일의 여섯 날과, 춘하일 즉 동물 번식기에는 살생을 하지 말라고 했다. 꼭 필요할 때만 죽이되 수많이 죽여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신라 사람들에겐 육식 엄금이 아니었던 것이다. 식물성 식품과 동물성 식품을 균형있게 섭취함으로써 건강한 신체를 도모하고, 이로서 삼국통일이란 성과를 일궈 낸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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