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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 마수리 Aug 02. 2017

선과 악

내 안에 사는 천사와 악마

* 이 글은 수리수리 마수리의 <타인의 결함을 보고 웃다> 후속 편입니다.


타인의 결함을 보고 웃다 https://brunch.co.kr/@bruncha956/10




전작 <타인의 결함을 보고 웃다>에서 밝힌 것처럼 홉스는 '인간은 이기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한다고 했다.

영국 철학자 흄도 인간은 자신과 관계없는 사람의 안녕보다는 자신과 가족, 친구 등  가까운 사람의 행복을 더 추구한다면서, 사회는 협동의 장이면서 동시에 충돌과 시기심의 발현지라고 했다. 역시 제한된 자원을 놓고 경쟁한다는 홉스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홉스는 인생이 경쟁이라고 했다.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 이익을 얻거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잔악함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의 사회철학은 인간이란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한 남을 도와주지 않고 자기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가치관에서 비롯되었다. 


그렇다면, 홉스!

인간은 타인을 돕는 것이 불가능한가요?

                

홉스:  아닙니다. 가능합니다. 경쟁하는 사람끼리 다른 경쟁자를 도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바라는 것을 탈취해갈 것이라는 공포에서 유래하는 것이지요. 공포감에서 유발된 '평화를 구매하려는 행위'일뿐입니다. 따라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가능하다 해도 그것은 결코 핵심이 아니며 기껏해야 자신의 근본적 이익과 결부되는 부차적인 것일 수박에 없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동정심은,  타인의 불행을 보고 그와 유사한 일이 자신에게도 생길지 모른다는 믿음과 맞닿아있습니다. 


그는 성악설을 주장한 대표적인 사상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인간을 악한 본성과 선한 본성을 함께 지닌 존재로 규정하였다. 그렇다면 홉스는 왜 인간 본성의 악한 면을 더 강조했을까?

영화 <해무>와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은 생존을 위해 인간이 어디까지 이기적이고 잔악해질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곳의 등장인물들은 처음에는 이성적이다. 하지만 생존을 위협받는 극단적 상황에 내몰리면서 두려움, 공포, 이기심, 탐욕 같은 인간 본성이 유감없이 발현된다. 다른 이들과 협력하는 것이 생명 유지에 더 좋은 방법인데도 자연 상태의 개인들은 이기적 욕망에 사로잡혀 타인을 이용한다. 이처럼 자신의 삶을 유지해 나가고자 하는 욕망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고 급기야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 상태로 인간을 내몬다. 이것이 바로 홉스가 말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이렇듯 홉스는  인간 본성의 악한 면이 더 잘 발현되는 이유를 생존 투쟁과 같은 극한 상황을 만드는 외적 환경과 조건에서 찾는다. 자기보존이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상호협력이 이루어지고 이타적이 되지만 외부 조건에 따라 잠재되어 있던 '악'은 언제든 발현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환경과 조건에 따라  이기적 존재도 이타적 존재도 될 수 있다. 

            보기에 따라서 오리로도, 토끼로도 보인다



홉스는 도덕 판단은 판단을 내리는 사람에게만 타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좋은', '착한', '나쁜', '악한'등과 같은 단어들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는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것은 없으며 '선악'에 대한 판단은 판단을 내리는 사람에게만 적용된다고 했다.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선이고, 위협이 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악이다. 선과 악은 한 뿌리다. 니체도, 세상에 악이 없다면 선도 의미가 없고 선과 악은 혼재해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로아스터교에 심취했는데 '짜라투스트라'는 조로아스터의 페르시아식 발음이다. 니체는 조로아스터교가 선한 신과 악한 신을 다 같이 인정한다는 점을 특히 마음에 들어했다. 


이러한 계보는 실용주의 철학에까지 이어지는데 실용주의 대표 철학자 듀이의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겠다. "절대적 진리란 존재하지 않고 실용적인 것이 진리이며 거짓말도 유용하면 진리가 됩니다. 그러나 인간 모두에게 유용한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편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다른 편에 해가 되고 한편에 선이 되는 것은 다른 편에 악이 되지 않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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