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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 마수리 Apr 19. 2017

타인의 결함을 보고 웃다

인간 본성 - 쇼펜하우어, 니체, 홉스

2017년 3월, 유명 재독 교수인 한병철의 국내 강연회에서 그의 기괴한 행동이 화제가 되었다. 관객을 향한 모욕적인 언행, 특이한 퍼포먼스. 무례하고 불쾌하다는 반응과 도덕적 비난이 쏟아졌다. 정신적인 문제가 없다고 가정하면 한 교수는 대체 왜 그런 기이한 행동을 했을까? 우리는 사안을 판단할 때 '도덕'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도덕적 기준으로만 보면 그 교수는 분명 잘못했지만 나는 이 사건을 '인간 본성' 측면에서 살펴보려 한다.



1> 쇼펜하우어  '충분근거율의 네 가지 뿌리에 관하여' ,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그럴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어서 그렇게 되는 것이다' , '근거나 이유가 없이는 그렇게 될 수가 없다' , '그렇게 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나 근거가 있다'. 

즉, 이유 없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의 새 책 제목은 <타자의 추방>. 그래서 그런 특이한 퍼포먼스를 했을까?

약속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그는 아무 말도 없이 갑자기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피아노에 대해 불평을 하더니  벌떡 일어나서 관객들의 태도를 문제 삼고 통역 없이 독일어 책을 읽었다. 마치 브레히트의 부조리 연극을 연상케 한다. 부조리 연극은 관객과 연기자 사이의 벽을 무너뜨리고 관객을 연극에 참여시킨다. 세트 바꾸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든지 뜬금없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여기 앞에 있는 빨간 가방을 든 아가씨는 어떻게 할 거예요?" 

관객을 긴장시키고 낯설게 하면서 연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새 책의 내용을 이런 식으로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대중 기호에 맞는 책만 출판하는 출판 시장에 대한 일침과 나는 이렇게 해도 될만한 사람이라는 '의지' 표현은 아니었을까.



2> 니체  '힘(권력)에의 의지'


위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 중에 그런 특이한 행동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로움과 그렇게 할 수 있는 권력에 대한 동경도 있다.


니체는 말한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자유를 얻고 싶다면,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힘을 키워라. 한마디로,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것이다.   

독일 여권 - 글로벌 국제 교류 전문업체 '헨리앤드파트너' 2017년 발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여권 - 소유자(독일 국적자), 독일의 대학 교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출판사가 계약을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작가. 그는 이런 권력을 가지고 있다.


니체는 모든 생명체를 발견할 때마다 '힘(권력)에의 의지'도 함께 발견했다고 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자신의 힘을 발휘하고 싶어 한다. 생명 자체는 권력(힘)의지다".

권력의지야말로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자 생명체의 본질적 특성이라고 규정지었다. 니체는 특히 바그너에게서 이러한 의지를 발견했으며 권력의지가 예술적 창조성으로 발현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타인에게 기쁨이나 고통을 줌으로써 힘을 행사한다. 고통을 가하는 것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 더 빠르고 효과적이다. 니체가 말한 '힘에의 의지'는 그러나 권력가, 고위층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계층에서 나타난다. 강한 자에게는 복종하고 더 약한 자들에게는 주인 행세를 한다. '주인의지'를 행사할 수 있는 더 약한 자들을 찾아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어 한다. 강한 자들은 더 큰 힘을 얻기 위해 더 강한 자에게 복종하고 생명을 건다. 

인간과 인간, 조직과 조직 사이에 나타나는 심리적, 사회적, 정치적 관계 맺기는 권력이라는 단어로 설명된다. 


니체가 '의지'를 삶을 창조하는 동력이라고 생각한 반면, 쇼펜하우어는 모든 고통과 갈등의 근원이라 생각하며 부정하고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겼다. 의지 자체를 없앰으로써 열반에 이르는 것이 최상의 경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쇼펜하우어는 불교와 인도 사상에 조예가 깊었다). 



3> 홉스  '인간은 타인의 결함을 보고 웃는다' ,  '리바이어던'


1588년, 스페인 무적함대가 영국에 침입한다는 소식에 겁을 먹은 한 임산부는 7개월 만에 조산을 한다.

공포와 함께  태어난 토마스 홉스. 


홉스는 말한다.

'인간은 타인의 결함을 보고 웃는다'.

홉스는 인간이 이기심, 경쟁심, 명예욕 때문에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싸운다고 보았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는 '자기보존'이고 이를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홉스는 인간이 자기보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권리 즉, 자연권이라고 했다. 이러한 자연권을 행사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선악 판단의 대상이 아니며 도덕은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그는 실제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복종했다).

이것이 바로 인간 본래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인간사회에서 관계를 맺는 이유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며  자기 이익의 일관된 추구가 바로 홉스 사상의 근간이다.


여기까지가 우리에게 알려진 홉스의 '성악설'이다. 하지만 홉스는 인간을 이기적 본성의 소유자로만 고정시키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이기적 존재도, 이타적 존재도 된다고 보았다.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선과 악을 다루면서 다시 이야기해보겠다.


선과 악 - 내 안에 사는 천사와 악마

https://brunch.co.kr/@bruncha956/8


홉스가 살았던 17세기, 영국에서는 내전(청교도혁명)이 일어났고 유럽에서는 신교와 구교의 갈등으로 30년 전쟁이 일어났다. 전쟁의 공포(스페인 무적함대의 영국 침입)와 함께 태어난 홉스는 평생을 혼돈과 갈등의 시대를 살았다. 그래서 갈등을 피하고 평화를 추구하고 싶어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할 절대권력, '리바이어던'(국가)을 주장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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