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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도시 쿠스코에 가다

by 상진


와카치나에서의 환상적인 날들을 뒤로하고 다시 리마로 와서 쿠스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페루의 수도는 리마이지만, 페루에 여행을 왔다면 꼭 들러야만 하는 도시! 바로 '쿠스코'이다. 쿠스코는 안데스 산맥의 해발 3,399m의 분지에 위치한 잉카제국의 수도로 위대하고 역사적인 잉카문명의 산지이다. 한라산의 높이가 1950m이니 그 보다 아득히 더 높은 곳에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야말로, 말 그대로 현존하는 공중도시가 아닐까.




페루, 쿠스코 공항




리마 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에 타고는 여행 일정에 피곤했는지 깜빡 잠이 들었다. 짧은 시간 곤히 자고 있는데 갑자기 들리는 '짝짝짝짝' 큰 박수소리에 놀라 잠이 깨었다.


'응? 무슨 일이지? 비행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잠이 깰 때쯤 쿠스코 공항에 착륙을 했는데 사람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입으로 휘파람을 불며 환호를 하고 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영호에게 물으니 비행 중 난기류에 동체가 심하게 흔들리며 왔는데, 무사히 공항에 잘 도착했다는 의미로 승객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를 하는 것이라 했다. 동체가 흔들리는지도 까맣게 모른 채 잠들어 있던 나는, 이유를 알고 나니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지금껏 비행기를 몇 번이고 타고 심한 난기류도 경험한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승객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하며 도착한 것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아마 남미이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모두가 웃어넘겼다.


비행기에 내려 공항 내로 들어서는데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귀가 먹먹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해발 3,399m의 고산에 위치한 공중도시에 내렸으니 말로만 듣던 '고산증'이 찾아온 것이다. 나중에 듣은 바로는 고산증이 심한 사람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실신이나 경련까지 일으키는 사람이 있었다고 하니 그 악명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만하다. 그래도 당장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어서 미리 예약해둔 밴을 타러 공항 밖으로 나왔다.

하늘이 아주 파랗다. 커다란 구름들은 한껏 점프라도 하면 손에 잡힐 듯 아주 가깝게 느껴졌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도시여서 그리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공중 도시에서 느껴지는 햇살과 여유로움이 아주 따뜻하게 느껴졌다.




페루, 쿠스코의 거리




미리 예약해두었던 밴을 타고서 숙소로 향했다. 차창 너머로 지나치는 쿠스코의 거리와 풍경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블루와 화이트, 브라운과 그린의 색감 뒤섞인 황홀한 도시. 지나왔던 리마나 와카치와는 확연히 다른 도시의 모습이었고 사람들은 여행자들로 북적거렸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도시에 이런 사람들이 사는 세계가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나니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머리가 핑 돈다. 머리가 어지러우니 속도 울렁거린다.


'아. 이게 고산증이구나.'


난생처음 경험하는 고산증이라 당혹스럽기는 했지만 다행히 아직까지는 참을만했고, 준비해왔던 소로치(고산증 약)도 챙겨 먹었다. 그리고는 침대에 잠시 누웠다. 리마와 이카사막, 와카치나까지는 여느 여행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면 이제부터 남미의 아름다움 뒤에 가려진 위험한 얼굴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

남미 여행은 '준비와 각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쿠스코에 도착한 첫날, 마냥 침대에만 누워있을 수는 없었다. 일단 배를 채우려 영호와 함께 중심가로 나갔다.

리마와 마찬가지로 쿠스코에서도 도심의 상권은 아르마스 광장을 중심으로 발달해 있다. 아르마스 광장 주변으로 한눈에 보아도 역사와 전통이 느껴지는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지만, 서울의 도심가처럼 높은 고층건물 같은 것들은 전혀 없어 시야가 확 트여보였다.



페루, 쿠스코의 아르마스 광장



아르마스 광장 한쪽으로는 쿠스코의 랜드마크인 쿠스코 대성당이 그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주변으로 사람들이 관광을 하며 사진도 찍고,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기도 하는가 하면 거리에서 직접 그린 그림을 파는 화공들도 있었고,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들은 한껏 쿠스코의 자유와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고산증으로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곳에 서 있다는 것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벤치에 앉아 넋을 놓고 그 여유를 한참 누렸다. 잠시 후, 배가 꼬르륵거린다.


'자, 이제 밥 먹으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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