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어떤 슬픔은
입 밖으로 꺼내기조차 힘들어
입 안에서만 뱅뱅 도는 슬픔이 있다.
이 사이를 비집고 나오려 해도
다시 삼키는 숨과 함께 다시 한번
꿀꺽 삼켜내고야 마는 슬픔이 있다.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해 봐도
꾸역꾸역 비집고 올라오는 슬픔을
꾹꾹 눌러 담으며 답답해지는 가슴에
잦고도 얕은 숨을 쉬어본다.
때론 어떤 슬픔은
열어보기조차 버거워 그 뚜껑만 봐도
몸이 부르르 떨리는 슬픔이 있다.
그 상자 안에 들어있는 슬픔을
혹시라도 마주하게 될까 봐
외면하고 또 외면하지만 그럴수록
그 상자는 자신의 존재를 더욱 강렬하게 나타낸다.
그 상자 뚜껑을 열어선 안 돼.
난 아직 마주할 준비가 안 되어 있어.
감당할 수 없어.
부디 이런 나를 매정하다고 생각하지 말아 줘요.
단지 난 두려울 뿐이라는 걸.
그 슬픔을 받아낼 수 없다는 걸.
조용히 써 내려가는 반성문.
십 년이 지나도 마주 볼 수 없는 그 슬픔은
가엾이 떠난 내 언니의 그림자.
오늘 밤 더욱 보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