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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쪼개기

달리기를 목표로 세우고 이루기까지의 10개월

by 생각만 하다가

팬데믹으로 모든 모임과 단체 활동이 금지되던 시기, 재택근무를 하면서 내가 즐기던 운동 — 예를 들면 골프, 헬스, 요가 같은 활동 — 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집 근처 대학 운동장은 다행히 폐쇄되지 않았고, 답답한 마음에 가끔 바깥 공기를 쐬겠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조깅을 시작했다. 달리기의 시작은 단순했지만, 뛰는 동안 머리가 맑아지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달리고 있으며,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10km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달리기’를 예로 들어 내가 목표를 세우고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1단계. 목표를 세우기 전에, 그것이 가치 있는 일인지 평가한다

이 단계는 목표를 세울 때뿐만 아니라, 실천 과정 전반에서 계속 점검해야 하는 부분이다.

내가 달리기를 최소 5년, 길게는 10년의 장기 목표로 잡은 이유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정신적·정서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처음엔 ‘운동장으로 나가 달린다’는 말조차 어색할 만큼 체력도 자신감도 부족했다. 그래서 부상 없이 꾸준히 달릴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10km 완주를 중기 목표로 설정했다.

2단계.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정한다

마침 팬데믹이 끝나고 마라톤 대회가 재개되던 시기였다. 나는 서울 동아마라톤 10km 코스에 참가 신청을 했다. 대회까지 남은 시간은 10개월, 자연스럽게 나의 훈련 타임라인이 설정된 셈이다.

3단계. 달성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탐색한다

그전까지는 간헐적으로 달리기를 했지만, 3~4km가 한계였다. 호흡, 착지, 속도 조절, 근육 단련 등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다. 그래서 어떤 방식이 내게 가장 잘 맞을지 고민했다.

러닝 크루에 가입하거나, 온라인으로 함께 달리는 모임에 참여할 수도 있었지만, 직장과 병행하기엔 부담스러웠다. 결국 나는 개인 코칭을 받기로 결정했다. 온라인으로 코치를 찾아 일주일에 두 번 한강 공원에서 레슨을 받았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스트레칭, 인터벌, 거리 늘리기 등 체계적인 훈련 방법을 배우며 확실한 변화를 느꼈다.


4단계. 더욱 세부적인 목표를 설정한다

“10개월 후 10km 완주”라는 큰 목표 아래, 월 단위 훈련 계획을 세웠다. 코치의 조언에 따라 대회 한 달 전까지는 8km 완주를 하위 목표로 삼았다. 주 2회 레슨과 주 1회 개인 운동을 꾸준히 하다 보니, 컨디션 유지를 위해 자연스럽게 모임과 음주를 줄이고 식단을 관리하게 되었다. 대회 한 달 전에는 실제로 8km를 무리 없이 달릴 수 있었고, 이후에는 충분한 수면과 절제된 생활로 컨디션을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10km 완주”라는 성과뿐 아니라 생활 습관의 긍정적인 변화도 얻을 수 있었다.


5단계. 목표를 꾸준히 수정하고 확장한다

지금 나는 5년째 주말마다 달리고 있는 사람이 되었다.
여행을 갈 때도 운동화와 반바지를 챙기는 게 습관이 되었다. 물론 회사 일정이나 가족 행사가 겹쳐 마라톤에 참가하지 못하거나, 목표 거리를 채우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초심을 돌아본다.

“내가 왜 달리기를 시작했는가?”
“달리기를 통해 내가 바라던 모습은 무엇이었는가?”

처음엔 건강하고 스트레스 없는 나를 기대했지만, 지금은 달리는 동안 인생의 중요한 주제들을 정리하고 마음의 균형을 찾는 자신을 발견한다. 달리는 행위가 내게 주는 육체적인 효과에 더하여 명상과 깨달음의 시간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이 깨달음을 통해 나는 달리기의 목표를 새롭게 정했다.

이제 나의 목표는 ‘평생 달리는 나’ 다.
그리고, 평생 달릴 수 있는 나를 위해, 다시 세부적인 목표를 세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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