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의 꿈 6
사랑할 줄 모르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말한다.
익숙한 건 감정이 아니라고.
편안함은 열정이 식은 증거라고.
설렘은 언제나 처음에만 깃든다고.
그래서 늘 낯선 얼굴을 좇는다.
이름조차 아직 외우지 못한 사람에게만 심장이 뛴다고 믿는다.
그들은 불붙는 찰나만을 사랑이라 부른다.
첫 문장의 불안,
첫 손끝의 떨림,
첫 입맞춤의 어지러움.
그 단 한 번의 강렬함만이 사랑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그 이후의 조용함,
아무 말 없이도 좋은 침묵은
이미 감정이 사라졌다고 단정 짓는다.
그래서 그들은 끝없는 ‘처음’을 반복한다.
누군가의 이름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이별을 예감하는 눈빛부터 먼저 드러낸다.
너무 오래 머무르면 사랑은 시든다고,
너무 많이 안다면 욕망은 식는다고 말하며
스스로 가슴을 밀어낸다.
하지만 나는 묻는다.
진짜 사랑은,
정말 처음에만 태어나는 것이냐고.
낯섦이 사라지면 그건 더 이상 사랑이 아니냐고.
사랑은 오히려
익숙해졌기에 두려운 마음에서,
알게 되었기에 더 조심스러운 자리에서,
깊어졌기에 조금 더 참는 마음에서.
그 무수한 날들을 견디는 일이야말로
사랑의 가장 단단한 이름 아닌가.
첫 설렘만을 좇는 자여,
당신의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
하룻밤 머물다 사라져 버린 그 낯선 얼굴 속에
당신은 무엇을 심었는가.
사랑은
지루한 날들 속에서도 매일 다시 바라보는 것이며,
하루하루를 견디며 쌓아 올린 숨결의 숲이다.
눈물이 줄어든 자리에서 더 깊어진 눈빛으로 시작되는 것.
수없이 불러도 여전히 부르고 싶은 그 이름,
그것이 두 번째 사랑,
처음보다 더 강한 사랑이다
그것이 진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