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9월. 짙은 밤에 가을은 조용히 내렸다
스페인의 가을은 조용히 내린다.
잔잔히 내리는 가을비는 공항에 내린 나를 맞이하고
촉촉하게 땅을 적시는 소리가 내 마음을 깊이 적신다.
가을의 공기는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아
너와 함께하기에 완벽한 온도처럼 느껴지는데
너는 여기에 없다.
저 앞에 보이는 연인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가을 바람마저 둘로 나누며 걷는다.
그들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이
내 차가운 빈손을 더욱 무겁게 한다.
사람들은 다시 만나며 웃음 속에 환한 미소를 건네고
우산을 나누고 따스한 미소로 서로를 맞이하지만
내겐 오직 가을 바람과 비 소리만이 고요하게 스쳐간다.
나는 너의 부재를 느끼며
이 이방인의 도시에서 너의 이름을 속삭여본다.
이 낯선 도시에서 바람 속에 흩날리듯,
네 빈자리를 안고 조용히 네 이름을 부른다.
비 내리는 터미널 창밖으로
선선한 가을 공기가 조용히 내 곁을 다시 감싼다.
나는 너를 그리며
네 이름을 빗속에 흘려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