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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노래 II

스페인의 9월. 가을 아침에 함께 걷는 길

by 헬리오스

가을 노래 II

스페인의 9월. 가을 아침에 함께 걷는 길


초가을의 아침,

공기는 서늘하지만 햇살은 부드럽게 내려온다

돌담 사이로 난 좁은 이국의 길에

창문마다 무심히 피어있는 꽃들

너와 나는 말없이 천천히 발을 맞추며

아침의 고요 속을 나란히 걷고 있다.


아침의 냉기가 너와 나 사이를 스치지만

손을 맞잡은 온기는 그보다 따뜻하다.

너와 나의 발자국마다 새겨지는 이 순간들은

잠시나마 시간을 멈추게 한다.

발끝에서 들리는 흙길의 소리는

침묵 속에서 더 깊은 울림을 만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그 소리조차도 바닥에 흡수되는 듯

너와 나는 그저 지금 이 길 위에 있다.


나는 네 옆에서 가끔 너를 바라본다.

미처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이

아침 안개처럼 우리 사이에 천천히 퍼져나간다.

이 감정은 격렬하지 않다.

대신 천천히 스며드는 돌처럼 단단한 무언가가 있다.

멈추고 싶은 욕망은 없다.

그저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있는 힘껏 느끼고 있을 뿐이다.


이 길은 어디로 이어지든 상관없다.

우리는 그저 계속 걸을 것이다.

서로의 손을 놓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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