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꿈 : 2
기억을 붙잡아
나는 여전히 당신을 그리워할 것입니다.
멀리서 감나무를 바라봅니다.
손 뻗어도 닿지 않을 거리,
홍시는 아직 가지에 매달려 있지만
이미 계절은 그것을 두고 떠났습니다.
몸은 주름지고
속은 천천히 굳어갑니다.
단맛이 남아 있는지조차
이제는 스스로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한때 햇볕을 충분히 버텼다는 사실만이
형태처럼 남아 있습니다.
새들도 더는 물어가지 않습니다.
달아난 것은 새가 아니라
계절과 의지였습니다.
떨어져 흙 속으로 돌아갈 기회조차 없이
나는 가지 끝에서
말라가는 일만을 배웁니다.
식어버린 사랑도 그렇습니다.
뜨거웠던 이유를 설명할 필요는 없고,
차가워졌다는 사실만이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손에 쥐면 부서질 듯한 이 상태를
아직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지
나는 묻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아직 작은 씨앗 하나가 남아 있습니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작고,
스스로조차 확신하지 못할 만큼 미약한 것.
그것이 다시 싹틀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이 마음은 완전히 비어 있지는 않습니다.
겨울바람이 불어옵니다.
홍시는 흔들리지만 끝내 떨어지지 않습니다.
아직 가지를 놓지 못한
사랑의 기억과 감정에
이제야 붙여보는 늦은 이름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저 기억을 붙잡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만 이 자리에 매달린 채
말라가는 속도로
시간을 통과할 것입니다.